첫째, 이 나라 사람들의 성품이 우리들과 잘 맞는 것 같다. 국민성이 부분적으로 게으른 면이 있으나, 조직 문화에 비교적 순종적이고, 자존심만 지켜주면 크게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 수백년 전부터 진출해 있는 화교들의 경우에는 토착 원주민들을 너무 무시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서 경제권을 쥐고 있다보니 감정의 골이 매우 깊은 편이고 특히 과거 군사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치안 공백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의 감정 돌파구로 당시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었던 화교들에 대한 보복 행위가 과하게 이뤄지다 보니, 아직도 중국계 화교들과 원주민들 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이 높은 편이다. 이에 반해 한국 교포들은 원주민들에게 군림하지 않고, 함께 어울어지는 성격이 있으면서 한류의 영향까지 힘입어서 중국계와도 관계가 좋고, 동시에 원주민들과도 성격적으로 잘 맞아서 조화롭게 생활하는 편이다. 의심 많고, 약자에게 군림하기 좋아하거나, 소심한 성격을 가진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적극적이면서,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약자에 대한 배려심과, 정을 나눌 줄 알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과 어울렸을 때, 서로가 좋은 관계를 만들어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면이 많은 것 같다.
셋째, 인적 자원도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인구 2억5000만명의, 특히 젊은 인구가 많고 아직은 다산이 유지되는 분위기라서, 점차 젊은 층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 나라와 상호 보완적인 면을 염두에 두고 접근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넷째, 인도네시아의 음식 문화는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모든 음식에 필수적으로 매운 고추와 마늘, 양파, 등이 들어가고 있어서 한국인의 입맛에 그리 낯설지 않은 음식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미식가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음식 가운데 른당(Rendang)이란 음식이 있는데, 한국의 양념 장조림과 비슷하며, 파당(Padang)이란 음식점은 우리 궁중 밥상에 비견될 만큼 최소 10여가지에서 20여가지의 음식을 한 상 가득 채려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음식은 먹은 만큼 만 계산을 하는 합리성도 있다. 단지 재사용이라는 점에서는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우리의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다. 라면의 선호도가 한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과거 석탄 산업, 신발, 및 섬유 등의 노동 집약적인 분야에서 시작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는 이미 교민 수가 5만명을 넘어 서고 있지만, 첨단 산업이나 의식주 문화 관련 콘텐츠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업들을 인도네시아에 잘 적응시키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우리 주변 어떤 나라들 보다도 서로 상생의 기회를 만들어 발전적인 관계가 많이 열릴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본다.
20세기가 상대성의 원리로 강자 독식의 시대 였었다면, 21세기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면서, 잘 어울어져 지내야 하는 상보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시대이다.
혹시라도 기회가 있다면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갖고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보면 어떨까 한다.
김원환 건축업자(인도네시아 바탐에서 건축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