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날 참석한 기업인 상당수가 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인지 1차 간담회 보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 1차보다 무거운 분위기…칵테일 타임서 무슨 말 오갔나?
칵테일 타임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말을 건 상대는 허창수 GS회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고등학교 4년 선배인 허창수 GS 회장에게 다가가 “걷기가 취미라고 들었다. 어디를 주로 걷느냐”고 물었고, 허 회장은 “한두 정거장 정도면 지하철로 걸어서 가곤 하는데 운동도 되고 괜찮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는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대표단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문 대통령이 우리 스키 대표단의 전망이 어떤지 묻자, 신 회장은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2개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황창규 KT 회장에게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KT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주관사인데, 이번에 세계 최초로 올림픽 기간에 5G(5세게) 통신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준비가 잘 되느냐”고 물었다.
최태원 SK 회장과의 대화 주제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문 대통령이 최 회장의 저서를 언급하며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에 관심을 표했다.
최 회장은 이날 사회적 기업의 성과에 대해 “10년 가까이 투자해 나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며 “저희가 최소한 연 500억원 이상씩 사회적 기업에 투자를 계속 해왔다”고 강조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대화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 분기 최대실적이 화두로 올랐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고, 반도체 라인이나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도 하고 있다”며 “삼성이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어주셔서 아주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권 부회장은 “기쁨이라기보다 더 잘돼야 하니까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삼성은 워낙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잘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에게 조선 산업의 불황에 대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조선 경기가 워낙 오랫동안 안 좋아서 고생 많이 하셨을 것”이라며 최 회장을 위로했다.
이에 최 회장은 “한때 경기가 좋을 때는 저희가 고용을 굉장히 많이 했다. 어찌 보면 조선소 근처에 있는 사람은 모두 조선소에서 일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일자리를 잃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표시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는 ‘배구’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최근 조 사장은 한국배구연맹 총재에 취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 사장님은 배구연맹 총재로 취임했는데 대한항공이 프로배구 강자 아닌가”라고 묻자, 조 사장은 “한 번도 우승을 못 해봤다. 올해 투자를 많이 해서 선수 사기가 많이 올라가 있어 한 번 해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약 20분간 칵테일 타임을 진행한 뒤 인왕실로 이동해 2시간 10분 동안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비공개 대화를 이어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