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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기업인 2차 간담회', 건배사 없고, 시간 단축, 무거운 분위기…국정농단 연루 의혹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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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기업인 2차 간담회', 건배사 없고, 시간 단축, 무거운 분위기…국정농단 연루 의혹 탓?

기업인과 '칵테일 타임' 대화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기업인과 '칵테일 타임' 대화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의 2차 간담회가 지난 28일 저녁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1차 간담회처럼 맞춤형 주제로 안부 인사를 건네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만 이날 참석한 기업인 상당수가 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인지 1차 간담회 보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참석한 그룹은 삼성과 SK, 롯데, KT 등으로 국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대기업들이 대거 몰려 있었다. 이 때문에 전날보다는 분위기가 어두웠다는 분석이다.

◇ 1차보다 무거운 분위기…칵테일 타임서 무슨 말 오갔나?

칵테일 타임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말을 건 상대는 허창수 GS회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고등학교 4년 선배인 허창수 GS 회장에게 다가가 “걷기가 취미라고 들었다. 어디를 주로 걷느냐”고 물었고, 허 회장은 “한두 정거장 정도면 지하철로 걸어서 가곤 하는데 운동도 되고 괜찮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는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대표단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문 대통령이 우리 스키 대표단의 전망이 어떤지 묻자, 신 회장은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2개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황창규 KT 회장에게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KT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주관사인데, 이번에 세계 최초로 올림픽 기간에 5G(5세게) 통신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준비가 잘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황 회장은 “이번 올림픽은 5G를 상용화하는 정보통신(IT) 올림픽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 70억 명이 보는 올림픽이라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5G가 전 세계 표준을 주도하는데 이것이 4차산업의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과의 대화 주제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문 대통령이 최 회장의 저서를 언급하며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에 관심을 표했다.

최 회장은 이날 사회적 기업의 성과에 대해 “10년 가까이 투자해 나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며 “저희가 최소한 연 500억원 이상씩 사회적 기업에 투자를 계속 해왔다”고 강조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대화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 분기 최대실적이 화두로 올랐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고, 반도체 라인이나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도 하고 있다”며 “삼성이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어주셔서 아주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권 부회장은 “기쁨이라기보다 더 잘돼야 하니까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삼성은 워낙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잘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에게 조선 산업의 불황에 대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조선 경기가 워낙 오랫동안 안 좋아서 고생 많이 하셨을 것”이라며 최 회장을 위로했다.

이에 최 회장은 “한때 경기가 좋을 때는 저희가 고용을 굉장히 많이 했다. 어찌 보면 조선소 근처에 있는 사람은 모두 조선소에서 일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일자리를 잃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표시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는 ‘배구’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최근 조 사장은 한국배구연맹 총재에 취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 사장님은 배구연맹 총재로 취임했는데 대한항공이 프로배구 강자 아닌가”라고 묻자, 조 사장은 “한 번도 우승을 못 해봤다. 올해 투자를 많이 해서 선수 사기가 많이 올라가 있어 한 번 해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약 20분간 칵테일 타임을 진행한 뒤 인왕실로 이동해 2시간 10분 동안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비공개 대화를 이어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