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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자회사 효자노릇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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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자회사 효자노릇 ‘톡톡’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증권사의 자회사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황에 민감한 본업과 달리 꾸준히 수익을 내며 증권사의 실적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 다양한 버퍼를 마련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금융지주 수익 기여도 증권, 비증권 비중 균형…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눈길


“벤치마킹하겠다는데 알려줄 것이 있어야죠”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014년 증권업 불황에도 꾸준히 수익을 내 수익모델이 화제로 떠올랐다. 그 노하우를 배우려는 타 증권사로부터 문의가 쇄도하는 등 당시 한국금융지주 따라잡기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증권업계에서 사업 다각화의 원조로 손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의 수익 기여도가 60% 이상인 증권중심의 금융지주사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7개의 자회사로 구성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좁게는 한국투자증권이, 넓게는 한국금융지주 모두 사업 다각화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졌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순영업 수익 가운데 수수료 수입은 증권 본연의 브로커리지와 IB·금융상품관련 수익이 거의 5대 5이다. 이에 따라 시황에 따라 부침이 심한 증권산업에서 시장이 안좋아도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다.

실제 지난해 홍콩항셍중국지수 급락에 따른 ELS 쇼크, 시장금리 급등 등 채권평가 손실 같은 악재에서도 약 2720억원의 순익으로 선방하며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이를 넓히면 한국금융지주는 증권을 중심축으로 운용사, 저축은행, 캐피털 등이 뒷받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익 기여도에서 증권과 비증권의 비중이 약 6대 4로 한 쪽이 크게 깨져도 다른 쪽이 보완하는 등 실적 안정성이 뛰어나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타사 대비 증시 및 산업 환경에 큰 변동성이 없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운용사, 저축은행, 캐피털 등 다양한 자회사로부터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 불황에도 자회사 실적 호조세로 상쇄, 안정적 이익 창출 최대 장점


불황에도 실적이 선방하자 이 같은 사업 다각화 모델이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 예가 대신증권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순이익 74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본업의 순익은 360억원으로 크지 않다.

대신 자회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부실채권(NPL) 투자 전문회사인 대신에프앤아이(F&I)는 643억원, 대신저축은행은 213억원을 기록했다. 본업인 증권이 실적 둔화에 노출됐으나 계열사들이 선방하며 한숨을 돌린 셈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대신에프앤아이의 실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계열사 실적이 받쳐주고 있으며 본업은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증권사로 시황에 민감한 키움증권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실적 안정성을 꾀한 케이스다.

키움증권은 연결기준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786억24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32% 늘었다. 특히 시장의 예상치(548억원)를 웃돌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이는 증권뿐 아니라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저축은행, 키움예스저축은행 등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 자체로도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자회사를 성장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금융그룹 계열사별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동부증권은 계열사인 저축은행 등 영향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동부증권의 순이익은 3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부저축은행 81억9000만원, 동부자산운용 50억원의 순익을 내며 전체 순이익은 64억원으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대폭 개선되는 것보다는 이익의 변동성이 좀 줄더라도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핵심”이라며 “하지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나는 모델을 가져가는 것이 때문에 이익의 변동성이 적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이 묻지마 한국금융지주 따라잡기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금융업”이라며 “금융업 쪽에서 다각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금융지주와 유사하게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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