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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FTA와 대사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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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FTA와 대사효소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미국과 FTA 재협상 논의가 이야기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하여 굳건한 한•미 공조체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보이지 않게 그 대가로 FTA 재협상을 통한 실익을 얻고자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재협상이다” “일부 수정이다”고 주장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우리는 FTA 재협상 논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어떤 전략을 내세워야 미국과의 협상에서 손해를 보지 않고 나갈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어떤 안건을 올려 논의하는 것이 상호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지 재보고 또 재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전문가와 수장을 내세워야 할지가 시급한 사안이다. 이러한 일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인사와 충분한 인원과 예산 그리고 시간이다. 너무 조급하게 테이블에서 만나면 미처 준비를 제대로 못한 측이 당연히 기울어 버린 협상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무엇보다도 진두지휘할 대표자로 하여금 빠르게 대책을 수립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아직도 정부 내 대표주자를 임명도 못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당연히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할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이대로 만나면 실패가 뻔하다. 이런 일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한쪽으로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대표성 있는 인물들이 나서면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우리 몸 안에서 활동하는 효소를 기능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누면 하나는 음식물을 소화•분해하는 데 관여하는 소화효소이고 다른 하나는 질병을 치료하고 각종 대사활동에 참여하며 생명을 유지시키는 대사효소이다. 만일 몸이 아프면 소화효소보다는 대사효소를 더 많이 만들어 제공하여 치유에 총력을 다한다. 하지만 우리 몸 안에서 효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양은 무한정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나이가 들면서도 점차 생성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한계량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대사효소의 풍부한 생성을 위하여 소화효소의 공급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때 전과 동일한 양의 식사를 하면, 소화효소가 부족한 탓에 몸 안에서는 섭취한 음식물의 분해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입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계속해서 음식물을 먹어도 충분히 영양성분으로 소화•흡수하기가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질병을 퇴치하는 데 필요한 항체나 면역세포의 활성화도 어렵다.

병이 나거나 외부로부터 바이러스나 병원균 침입자가 들어 오거나 혹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대사효소의 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전폭적으로 밀어 주어야 한다. 잠시나마 소화효소의 생성보다는 대사효소의 생성 쪽에 총력을 다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빠르게 병을 치료하고 상처를 낫게 해 회복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화 작업은 뒤로 미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적게 먹어 소화효소의 필요성을 낮추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옛말에 아프면 굶어라!’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체내 효소의 생성을 비롯한 치유활동을 아픈 것을 치료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식사하는 일조차도 금할 정도로 총력을 다하라는 말이다. 며칠 굶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고 배가 고플지언정 몸이 건강해짐을 느끼는 것은 바로 효소 생산에 있어 비중을 어디에 둘 것이냐 하는 문제다. 평소 건강을 위해 소식을 해야 하는 것도 바로 대사효소의 활동을 극대화 하자는 의미이다.

지금 강력하게 FTA 재협상에 임하려는 미국의 자세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온전히 전력을 다하여 대처해야 할 때이다. 잠시 불편함이 있더라도 보다 건실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소식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굶는 정도의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