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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123일➀] 특검이 공소한 삼성의 경영승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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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123일➀] 특검이 공소한 삼성의 경영승계 의혹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7일 진행된다. 재판부의 1심 판결은 이달 말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와 삼성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측에 ▲승마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지원해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보다 쉽게 진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 “삼성의 정유라 지원, 최순실-박원오 통해 이뤄진 것”


삼성 재판의 시작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진행된 ‘승마 지원’이다. 특검은 승마 지원의 목적성이 입증되면 경영권 승계 의혹 등 모든 실타래가 풀릴 것이란 계산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지난 2014년 9월 15일 1차 독대에 집중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한화로부터 대한승마협회를 인수할 것을 요청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대비해 충분한 지원도 해달라고 주문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승마협회 인수 제안이 ‘정유라 지원’과 맥을 같이 한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 지원을 요청해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것이 특검의 내세우는 핵심 쟁점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정유라 지원이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이 아닌 최순실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승마협회 인수를 요청했을 뿐이지 정유라 지원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을 최순실의 요구와 동일시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다.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 독대 과정에서 정유라에 대한 언급이 없고, 특검의 ‘전가의 보도’ 안종범 수첩에도 정유라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유라에게 지원된 말의 소유권에 대해 양측은 극명하게 대립했다. 삼성이 최순실 측에 지원한 말은 ▲라우싱 ▲비타나V ▲살시도 등 3마리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측에 말을 지원하며 소유권도 함께 넘겼다고 주장했다. 승마선수에게 말을 빌려준 것은 ‘지원 성격’이 강하지만 소유권까지 줬다면 ‘뇌물’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삼성 측은 최순실이 박원오 전 전무에게 했던 말을 토대로 반박했다. 최순실은 과거 살시도를 구입할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는가”라며 박 전 전무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삼성과 최순실 측에 위탁 관리 계약서가 존재해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어 최순실이 화를 낸 것이다. 아울러 말을 구매할 당시 계약 당사자가 삼성전자이기 때문에 재판매 등이 진행될 때 반드시 삼성전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와대 강요로 이뤄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삼성은 2015년 설립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2차례 지원했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운영한 이 재단에 대한 지원을 두고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청와대에 청탁한 뇌물로 두 차례에 걸쳐 후원금 1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봤다.

변호인단은 해당 후원이 청와대의 강요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첫 지원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압박에 의해 진행됐다.

두 번째는 포스코와 KT 등과 문화 관련 사업을 진행하던 더블루케이에 지원하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담당했다.

삼성은 동계센터 지원은 삼성전자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이기 때문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이 동계센터에 후원금을 지급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2차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이 영재센터에 대해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잘 몰라서 실무진에 전달만 했다”며 “이후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언론에서 영재센터란 명칭이 나와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장충기 전 사장도 피고인 신문을 통해 동계센터 후원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관련된 글로벌 업무만 담당하고 있어 센터 후원이 보고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 과거부터 이어진 ‘준조세’ 관행


기업이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준조세’라고 한다. 준조세란 조세 이외에 법정부담금과 기부금·성금 등을 포함하는 일체의 금전급부의무로 요약된다. 기업이 정권 실세들의 요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과거 정권들이 보인 행태에 대한 학습효과다.

집권세력에 미운 털이 박히면 최악의 경우 과거 국제그룹처럼 기업 해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현재의 준조세 납부 형태는 일종의 보험이나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라는 액수를 지원해 보복성 공세를 사전에 막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 역시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이 전통적이고 관행적인 후원활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은 이 재단들에 204억원을 출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주요 그룹의 규모에 맞춰 출연액수를 산정했고 요청을 받은 기업들은 미르재단 등에 돈을 냈다.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지원한 것은 최순실이 비선실세 임을 인지하고 지원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청와대와 삼성 간에 상호 편의제공 합의 관계가 형성돼 다른 기업과 지원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삼성과 타 기업의 지원 성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데 왜 삼성만 기소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LG와 CJ, 두산 등도 공익목적 평가와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재단에 지원했는데 삼성만 기소된 것에 의문을 던졌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