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미국보다 원유를 많이 수입했다. 중국의 수입량은 하루 평균 855만배럴인 반면, 미국은 812만배럴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또한 석유 수입량을 늘리는 중국은 현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이 되고 있다. 특히 상하이의 원유 선물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향후 중국은 국제 원유 가격 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석유 수입량이 급증한 배경에는 정제 기업의 생산능력 확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정제량이 증가하는 만큼 국내 수요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로 발길을 돌려 중국의 휘발유와 경유 수출량은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 수출하는 대량의 정제유 수출은 아시아의 라이벌 기업에는 골칫거리다. 2016년 경유 이익률이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켄지는 "중국이 동남아시아와 호주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 감에 따라 대만과 한국, 싱가포르 등 전통적인 수출 국가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석유 정제능력 확대와 수출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노펙이 최근 실시한 설명회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정제 능력을 적어도 250만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컨설팅 그룹 FGE와 우드맥켄지는 중국의 휘발유 수출은 올해 적어도 전년 대비 1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해외 휘발유 판매를 23만5000~24만배럴로 끌어올리고 2018년에는 약 33만배럴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유니펙은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제트연료를 싱가포르에서 유럽 북서부로 수송했다. 중국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대한 경유 수출은 올해 각각 2배와 4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케냐에도 처음으로 경유를 수출했다.
또한 중국의 현대적인 정제 기업들은 호주 같이 연료 기준이 엄격한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 아시아의 다른 수출국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대호주 경유 수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7배인 85만t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휘발유 수요는 지난해 6.5%에 비해 올해 3.5~4%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8.7% 성장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0.7%로 둔화됐다.
전기자동차 사용이나 자전거 등 2륜차의 공유가 증가하면서 중국 국내 수요가 둔화하자 중국의 석유 정제 기업은 휘발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공세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는 싱가포르와 한국, 대만의 석유 제품 수출 기업이다.
한국의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로이터에 "시장에 거대한 플레이어가 또 한 명 늘면서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는 현재 거래하고 있는 국가에서 고객 수를 최대한 늘리고 신규 시장의 다양화와 개척을 꾀하고 있다"고 익명으로 말했다.
반면 일본의 석유 정제 기업은 인구 감소와 대체 연료의 사용 증가로 석유 소비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발 빠르게 정제 능력을 정리·통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