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돼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도 다음 주에는 현재보다 엔화가치가 더 오르고 달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단 달러당 108엔 수준을 넘어가는가가 고비”라는 반응이지만 북한이 다시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경우 이달 중 107엔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는 그 근거로 ‘리스크 리버설’(Risk reversal)이 급변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리스크 리버설이 작을수록 엔화 강세 압력이 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북한 리스크가 시작된 지난 8일부터 마이너스 폭이 급격히 확대됐다는 것.
특히 현 상황이 프랑스 대선 직전인 4월 중순 엔화환율이 올 들어 가장 낮은 달러당 108.13엔까지 떨어졌을 때와 비슷하다는 점은 엔고 현상이 다시 연출되기 쉽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엔화 풋(매도 권리) 수요에서 콜(매수 권리) 수요를 뺀 리스크 리버설은 통화옵션시장에서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시장에서는 뉴욕증시 하락이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정책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중국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 가능성이 제기되며 미국의 주가 하락과 달러 매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 하락과 미·중 무역전쟁보다 엔화 강세에 크게 작용하는 것은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세다. 투자자들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안전자산인 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채권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이 하락, 지난 11일 장기금리의 기준인 미국의 10년물 채권수익률은 2.19%까지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는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 상승하는 등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하락을 면치 못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35%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만약 연준이 물가상승률 둔화를 고려해 금리인상을 보류할 경우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이 가속화하고 결국 미·일 간 금리차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며 투자자들이 또다시 엔화 매수에 나설 가능이 크다.
엔화가 초강세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달러는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4일 현재 전 거래일 대비 0.35달러(0.38%) 떨어진 92.95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달러인덱스가 올 1월 15년래 최고치를 찍은 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까지 8% 가까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달러 약세 이유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특히 유럽)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달러 약세가 둔화 기미를 보이는 미국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북한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도 약세를 보이는 달러 가치가 부진한 미국 경제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호재’라고 진단했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