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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급등 주의보, 증권사 “노출된 재료는 악재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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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급등 주의보, 증권사 “노출된 재료는 악재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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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자본시장연구원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시장금리가 꿈틀거리며 증권사의 채권운용 부문이 타격을 받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시장금리 급등기마다 대규모 채권운용손실이 발생하며 실적 개선에 찬물을 끼얹은 악몽도 남아 있다. 이와 달리 증권사들은 이런 염려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 상반기부터 시장 컨센서스가 금리인상 쪽으로 형성되며 이미 방어 쪽으로 채권 포트폴리오를 교체했다는 게 근거다.

■국고채 금리 최근 두 달 새 급등, 증권사 채권 운용 빨간불


금리가 심상치 않다. 증권사 채권 운용과 직접적 관련 있는 국고채 금리(수익률)가 바닥을 찍고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채권매매의 바로미터인 국고채 3년 금리는 지난 9일 1.833%로 연고점을 돌파했다. 정책금리와 국고 3년물 간의 스프레드도 55bp 안팎으로 뛰어 고점 수준을 형성 중이다.

보통 시장금리와 채권가격은 거꾸로 움직인다. 최근 두 달 새 20bp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증권사는 채권 쪽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 확실시된다.

채권 보유를 눈덩이처럼 늘린 것도 부담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채권 보유액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181조7497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 4조원인 이상인 초대형 IB인 대형사 비중이 높다. 채권 보유 규모는 자기자본 6조6411억원으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가 27조1290억원으로 가장 많다. 삼성증권 19조8056억원, NH투자증권 18조9195억원, 한국투자증권 18조8055억원, KB증권 15조6000억원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신평사가 제시하는 자기자본 대비 채권 비중의 위험기준은 500%다. 대형사들은 그 비율이 400% 아래이지만 삼성증권 478%, 한국투자증권 458% 등으로 400% 중후반대로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중소형사의 경우 하나금융투자 등은 500%를 웃돌고 있다. 사이즈에 가릴 것 없이 적지 않은 증권사가 시장금리 움직임에 따라 채권평가손익이 노출된 셈이다.

천문학적인 채권 보유 규모와 시장금리 우상향 추세와 맞물리며 증권사 실적에도 타격이 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고채 3년 금리가 향후 50bp, 100bp, 150bp 상승하는 것을 가정하고 증권사 규모별로 최대 손실 금액액을 추정한 결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50bp 상승하면 채권 부문에서 최대 761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시장금리가 오를수록 손실규모는 크다. 채권 손실규모는 시장금리가 100bp 상승할 경우 1조5278억원, 150bp 상승하면 2조 294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증권회사는 1분기 기준 181조7497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금리 상승 시 보유 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금리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단기간 빠르게 상승하면 국내 증권회사의 손실 규모는 추정한 금액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듀레이션 축소 등 방어형 채권 포트폴리오 전환, 손실 크지 않아


눈에 띄는 현상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레 시장금리 급등이 이어져도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채권 보유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헤지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채권에 헤지를 걸고 있으며 듀레이션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업사이드 쪽 금리 변동성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며 이미 맞게 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 가운데 자기자본 대비 채권 비중이 가장 높은 삼성증권도 대규모 손실우려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은 듀에이션이 길수록, 또 단기채보다 장기채가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 가고, 캐리수익도 발생하는 등 전략적 대응을 하고 있어 실제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손실 우려에 대해 무덤덤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가는 등 방어형 채권 운용 전략으로 크게 영향은 없다”며 “은행계 증권사로 우량채권만 담기 때문에 크래디트 리스크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 증권사들이 금리 변동성에 초점을 맞춘 방어용 채권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에 따라 시장금리 급등에도 손실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운용은 생각하지 못한 변수에서 급작스러운 변동에 대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손실이 커진다”며 “금리 변동성은 노출된 재료로 예상됐던 움직임에 대해서는 플러스요인은 아니더라도 마이너스 부분은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금리 인상은 이미 노출된 재료로 악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단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증권사가 채권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채권을 담는 직접적 목적이 ELS 등 자산관리상품의 헤지에 있기 때문이다.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ELS를 발행할 때 채권을 담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품에 들어가는 일부분을 헤지용으로 가져가기 때문인데 시세차익을 노리는 프랍트레이딩과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근본적으로 채권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사업 다각화를 통해 자기매매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대형 증권사는 대규모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투자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고, 중소형 증권사는 대체투자, 특화 IB 등 비교 우위가 있는 사업부문에 집중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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