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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 서버시간 검색어 1위…대학생들의 슬픈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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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 서버시간 검색어 1위…대학생들의 슬픈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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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혜림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8월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대학생 수강신청 이야기다.

이달 셋째 주 내내 네이버 대학생 검색어 순위 1위는 ‘수강신청 서버시간’ 고정이었다. 대학별로 조금씩 다른 수강신청 시작 시간을 알아내기 위해 대학생들은 동분서주했다. 남들보다 0.1초라도 빨리 수강신청 서버에 접속해야 자신이 원하는 강의 수강신청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당일 대학가 주변 PC방에는 학생들이 가득 차고, 조금이라도 빨리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 학교에서 밤샘을 하는 일이 매년 반복된다.
지난 2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수강신청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수강신청을 마친 대학생들의 수강신청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9점에 불과했다. 한국 대학들의 수강신청 방식은 대부분 선착순 마감 방식이다. 고액의 대학 등록금을 내지만 정작 원하는 수업을 듣는 학생은 소수다. 올해 4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국공립 30곳의 평균 등록금은 417만7000원,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739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4년제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A 학생은(만 25세) “벌써 10학기 째 수강신청이지만 아직도 아침마다 떨린다”며 “수강신청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집보다는 PC방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B 학생은(만 24세)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수강신청 때마다 어려움이 많다”며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을 가면 인터넷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다른 학생들이 인기 강좌를 다 등록한 뒤 남는 강의를 주워 담아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만에 수강 신청이 모두 끝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진다”며 선착순 방식 수강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대학 당국도 선착순 수강신청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연세대학교는 2015년부터 일명 ‘연세 토토’로 불리는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했다. 학생 개개인에게 일정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학생들은 이를 ‘베팅’하듯 수강신청에 활용한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강의에 투자할수록 수강신청 성공률이 올라가게 된다. 예일대・스탠퍼드 MBA, 싱가포르 난양대, 서울대 EMBA 등도 마일리지 제도를 활용 중이다. 이밖에 정원이 초과할 경우 배정 순위에 따라 부여된 대기 순번을 통해 신청과목을 조정하는 대기 순번제, 고학년일수록 수강신청 우선권을 갖게 되는 학년별 순차 수강신청 방법들이 국내 대학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매년 반복되는 수강신청 대란의 근본적 원인은 양질의 강의가 부족한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이 원하는 질 좋은 강의가 부족해 학생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졸업 필수 과목인 전공 핵심 과목의 경우 항상 인원이 초과돼 졸업을 앞둔 고학년에게 수강신청 스트레스 크다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올해 6월 영국 대학 평가기관 QS가 내놓은 세계 대학 평가에 따르면 ‘교수당 학생 지표’에서 100위권 안에 든 한국 대학은 포스텍이 유일했다. QS 측은 “교수당 학생 수가 많다는 것은 수업 규모가 크다는 것이고, 이는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서버시간 알림 웹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많은 대학이 선착순이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장 공정하다기보다는 대학 입장에서 가장 편한 방법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특정 과목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도록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들을 잘 개발하는 것과 많은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수강신청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