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지난달 E형 간염 또는 HEV형 간염에 감염된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쇼핑 습관을 조사한 결과 '슈퍼마켓 X'로 명명된 한 상점의 햄과 소시지 소비가 반복되는 특징이 있음을 발견했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23일(현지 시간) 공중보건국은 끝내 허핑턴포스트(HuffPost UK)에 해당 슈퍼마켓 X가 '테스코'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공중보건국의 제니 해리스(Jenny Harries) 박사는 "영국에서 E형 간염으로 인한 공중 보건의 위험은 낮으며, 보통 경미한 자기 제한적 질병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증상 없이 치료된다"며 "회사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테스코의 이름을 연구에서 붙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는 직접적인 감염 원인을 밝히기 보다는 E형 간염과 소시지 및 햄 제품 간의 연관성을 발견한 임상적인 통계 분석이었을 뿐"이라며 "대부분의 경우 영국 돼지에서 발견되지 않은 G3-2 간염 E 균주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 균주의 출현은 소매 업체가 사용하는 모든 공정보다는 유럽 내 복잡한 동물 건강 관행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결국 슈퍼마켓 X가 '테스코'라는 사실은 맞지만 테스코의 햄과 소시지가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은 규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동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테스코 측은 이날 대변인을 통한 성명서에서 "테스코 제품이 E형 간염의 직접적인 감염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공중보건국의 성명을 환영한다"며 연구 당시 테스코에서 판매된 소시지는 영국에서 생산됐으며, 오늘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건의 발단과 결론과는 무관하게, 이 같은 보도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문제가 거론된 햄과 소시지에 대한 출처 파악에 비상이 걸렸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표적인 유통 업체는 곧바로 판매 제품의 출처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로 제조된 제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HEV에 감염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많은 증상을 나타내지 않지만 일부 사람들은 심각한 질병을 앓게 된다. HEV의 증상에는 메스꺼움과 식욕 부진, 피곤함, 복통 및 발열은 물론, 흑뇨, 황달이 포함된다. 또한 임산부와 노인,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 만성 간 질환 환자 등은 더욱 심한 감염을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