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핏빗의 최고 경쟁자가 된 건 올해 1분기. 애플 다음 순위로 웨어러블 시장을 점유하던 핏빗의 점유율을 추월했을 때부터다.
물론 최강자는 여전히 애플이다.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53%를 차지해 삼성이나 그 밖의 모든 업체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높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1분기 전 세계 웨어러블 시장의 최대 이슈는 삼성이 핏빗의 점유율을 일부 잠식해 2위를 쟁취했다는 것이다.
당시 삼성의 웨어러블 2위 차지의 일등공신은 기어S3에 대한 높은 수요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어S3는 IFA2016에서 공개된 후 2016년 11월에 미국에서 출시됐다. 클래식과 프론티어의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회전 베젤이 있는 1.3인치 슈퍼 AMOLED 원형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IP68 인증을 획득했으며 삼성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타이젠OS에서 실행된다.
이번에 핏빗이 내놓은 아이오닉은 글로벌포지셔닝시스템(GPS)과 최대 10m 방수, 화면 전환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심박 수 측정과 쇼핑 결제 기능,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해 수면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음악 플레이어로서도 손색이 없다.
특히 1회 충전으로 4일 이상을 버티는 배터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가격이 299.95달러(약 34만원)로 애플의 웨어러블 시계 애플워치의 269달러(약 30만원)보다 높다는 점이다.
핏빗이 신제품에서 애플워치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다채로운 기능을 선보인 것은,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기종으로 옮겨 가면서 곤경에 처했던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 상황을 슬라이스 인텔리전스는 "지난 2013년 말 이후 핏빗을 구매한 사람의 5%가 애플워치를 구매했고, 애플워치를 산 소비자의 11%가 같은 기간 핏빗 제품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5년 3분기에 접어들면서 애플의 추격세는 핏빗을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3분기 출하량에서 핏빗과 애플은 470만대와 390만대로 80만대 차이를 보였고, 점유율에서는 22.2%와 18.6%로 4%대 이하로 바싹 추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70만대를 출하해 17.4%의 점유율을 기록한 샤오미 또한 전년 대비 815.4%라는 엄청난 성장률로 핏빗을 압박했다.
2015년 하반기 전 세계 웨어러블 시장의 특징은, 애플과 샤오미가 출시한 다채로운 기능을 가진 스마트워치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가격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피트니스 밴드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증가했지만 애플과 샤오미의 성장률에 미치지는 못했다.
바꾸어 말하면, 핏빗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싼 애플워치가 2위에 올랐다는 것은 소비자 트렌드가 이미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애플이 핏빗을 추월할 기반을 완전히 다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 배경이 바로 다채로운 기능을 탑재한 럭셔리한 디자인에 있었으며, 소비자는 가격을 그리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에 핏빗이 자신을 따돌린 애플의 전략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이유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2년 전과 같을 것이라는 추측은 금물이다. 2년 전과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