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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中 공장중단에 근로자들 "일터 잃어 인민들 삶 황폐화"... 사회문제 확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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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中 공장중단에 근로자들 "일터 잃어 인민들 삶 황폐화"... 사회문제 확대 조짐

대다수 주택담보대출 상환압박 시달려... 소요사태로 이어질 수도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조치에 따른 판매 급감으로 기아차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법인세를 비롯한 옌청 시의 세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료=둥펑위에다기아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조치에 따른 판매 급감으로 기아차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법인세를 비롯한 옌청 시의 세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료=둥펑위에다기아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현대자동차 중국 현지 공장 4개가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현대차 중국 합작 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주부터 순차적으로 베이징 공장 3곳과 창저우 공장 등 4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이는 프랑스계 합작 법인 베이징이루이제가 플라스틱 연료탱크 공급을 중단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 사드(THAAD) 배치가 결정된 후 중국 정부의 치밀한 보복 조치로 현대차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고, 부품 공급 업체에 대한 대금 결제가 늦어지면서 외국계 부품 업체들의 납품 거부 사태를 초래한 것이 원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만히 해결해 공장을 재가동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지만, 한중 양국 간 사드 배치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제재 조치에 따른 효과는 중국 정부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의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은 한국 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중국 근로자들의 일터와 수입을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한국 기업에 대한 조치의 절대 다수의 피해자는 중국 인민인 셈이다. 피해를 입은 중국 현지 근로자들 사이에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인민들의 삶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며 불만이 속출하기 시작해 사회문제로 확대될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기아자동차의 중국 합작 법인 둥펑위에다기아의 본사가 위치한 장쑤성 옌청(盐城)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사드 쇼크'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표현한다. 옌청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 중 일부는 7월 한 달 동안 3일 밖에 출근하지 않은 데다가 월급도 반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터를 잃은 근로자들의 불만은 당연히 확대되고 있으며, 심지어 기아자동차 본부 근처에 있는 시장 상인들은 "기아차가 불경기를 겪어 가게의 소득도 많이 나빠졌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급료가 줄어들어 외식을 중단해 주변 일대의 모든 가게가 텅 비었다"고 지금의 상황에 대해 하소연했다. 공장에서 일하던 일부 근로자는 줄어든 수입을 메꾸기 위해 음식점이나 택배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일부는 생계를 위해 개인택시 운전사로 전향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옌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미 1평방미터 당 1만위안(약 170만원)을 호가하고 있는데, 주택 담보 대출을 받고 있던 기아차의 종업원 대다수가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삶의 터전과 집까지 잃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소요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됐다.

8월 25일 옌청 시 시장과 주요 인사들이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를 찾았다. 상반기 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이 반토막 난 데 따른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옌청 시를 살리고 시민들의 한탄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옌청 시 전체 세수 중 기아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절반에 가깝다.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조치에 따른 판매 급감으로 기아차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법인세를 비롯한 옌청 시의 세수에도 빨간불이 들어 온 셈이다. 이미 자력에 의한 생존력을 잃은 옌청으로서는 꽉 막힌 당국보다는 어떻게든 기아자동차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국의 사드보복 조치는 중국 부품 업체들에게도 타격을 안겨 주고 있다. 대만 언론 중앙통신사는 7월 중순 기아의 판매량 급감으로 옌청에서 자동차 유리를 생산하는 대만계 기업의 수익은 올해 목표의 60%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때 국영 허베이인민라디오방송국에서 편집자를 지낸 주신신(朱欣欣) 씨는 "중국 당국은 항상 목적 달성을 위해 애국심이나 민족주의를 앞세워 국민의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정책이 국민의 생활이나 기업의 경영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은 사드배치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매우 바보 같은 이유를 달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방조한 것은 중국 당국이다. 중국공산당이 북한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할 때, 중국 당국은 '제휴'와 '연계'로 호혜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경우가 생긴다면 외국 기업에 대한 정책은 즉시 변경될 것"이라고 중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에게 주 씨는 경계감을 갖도록 호소했다.

기아자동차와 기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옌칭의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존재이며, 많은 시민들이 자동차산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목을 죄면 손발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치"는 누구라도 알고 있는 진실이다. 한국 기업을 옥죄면 중국 인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불만이 커지면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은 당연한 결과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