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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생리대·살충제 달걀, 시간이 낳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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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생리대·살충제 달걀, 시간이 낳은 혼란

생활경제부 조규봉 부장
생활경제부 조규봉 부장
컨트롤타워가 없다. 있다 해도 혼란만 부추긴다. 생리대 유해성과 살충제 달걀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례적이다. 대안도 없고, 무성의한 발표만 있다. 아까운 세금만 축내는 꼴이다.

정부가 축낸 시간은 국민들의 입으로 갔고, 온갖 불신의 씨앗만 뱉어져 나왔다. 일 잘한다고 평가할 때가 엊그제다. 수틀리면 소 닭 보듯 하는 게 국민정서다. 정치 속 국민들은 늘 그래왔다. 꼭 뽑아 놓고 나중에는 욕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기찬 대안이라도 가져올까 하는 기대를 해보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또 다시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를 외치고 있다. 사실 목까지 차올라 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그래도 참고 기다려 준다. 야당이 어떤 날선 지적을 해도, 아직은 가만히 있어준다. 아직 그런 믿음이 문재인정부에게 있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식약처의 불감증이 논란을 더 키웠다. 식약처가 어떤 조직인가. 자칭 전문가 집단이라고 자부하는 정부기관 중에 하나다. 지금은 각 부처와 성격을 나란히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복지부 장관의 관리와 지시를 받았다. 청장이 지금의 차관급 정도였다. 2013년 3월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됐다.

십수년도 넘게 식약처를 출입하면서 느낀 점은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 공무원들은 착하고 순하다. 그래서 꼬임에 잘 빠지기 일쑤다. 그만큼 정적이다. 처음 안면을 트기가 어렵지만, 일단 안면이 터지면 이후부턴 이해와 배려, 봐주기 등 아는 사람들끼리는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눈감아주는 일은 예사였다. 무조건적인 처벌이 능사가 아님을 느꼈다. 특히 이 곳 공무원들은 인사(人事)에 민감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류영진 처장보다 손문기 처장이 훨씬 일은 잘했다. 아쉬운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것이 손 전 처장 가문에 누가 될 듯하다. 어쨋든 인사에 민감한 조직이라 적극적이지만 수동적인 곳이다. 책임감도 좀 부족하다. 그래서 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늑장대응으로 국감까지 가지고 간다. 이번 생리대 유해성 논란도 그렇다. 믿을 곳이 식약처 밖에 없으니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판단과 핵심을 짚는 명쾌함으로 불안감과 혼란을 최소화했어야 했다. 왜 못했을까. 뻔하다. 겉으로는 정확하지 않은 기준과 검사로 인해 국민들에게 오히려 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놨지만, 모르긴 몰라도 정작 속으론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또 난리”라고 귀찮아했을 것이다. 이러다 말겠지, 혼란은 그때뿐임을 이미 몇 번의 비슷한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는 몸이 알고 수동적으로 행동한다. 멜라민 파동이나 석면 탈크 사태, 백신 파동이 있을 때도 비슷했다. 초동 대응이 아주 미미했다. 그래서 욕바가지를 뒤집어 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살충제 달걀처럼 대놓고 욕먹은 적이 많다.

과거 식약처 독성과학연구원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두 세 시간의 술자리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생긴 그 사건 말이죠? 별일 아닙니다, 일부에서 오버하는 거예요"라고 단정 짓는다. 자신들은 사안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말을 자주 쓰며 별것 아니라고 결론을 낸다.

안일한 대처는 결국 또 욕바가지를 뒤집어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소비자 혼란은 커지고 그에 따른 비난은 식약처를 향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식약처 공무원들은 눈도 끔쩍하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크나큰 사건 앞에 무뎌질 대로 무뎌졌기 때문이다. 아마 식약처 직원 대다수는 동감할 것이다. 내 말이 맞다에 500원 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낳은 혼란을 만회할 기회는 아직 있다. 그 기회까진 놓치진 말아야 한다. 문재인정부를 믿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 먹칠은 말자.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