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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아이폰X’…잡스는 팀 쿡에게 악수를 건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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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아이폰X’…잡스는 팀 쿡에게 악수를 건넬까

12일 아이폰X 출시행사, 애플의 노림수 셋

애플 팀 쿡 CEO가 '스티븐 잡스 극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애플 팀 쿡 CEO가 '스티븐 잡스 극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최신작인 ‘아이폰X(아이폰 텐)’가 오는 12일(현지시간) 우주선 모양의 신사옥에 건립된 ‘스티브 잡스 극장(Steve Jobs Theater)에서 공개된다.

아이폰X은 애플에게 단순한 신제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이폰X는 애플 창사 10주년을 기념해 명명됐다. 또 아이폰X 발표는 애플의 상징인 故 스티븐 잡스를 떠올리며 그동안 주춤했던 애플의 혁신을 재확인하려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터 아이작슨 작 '스티브 잡스' 표지.
월터 아이작슨 작 '스티브 잡스' 표지.

잡스 추억 효과로 애플 ‘혁신’ 부각

40%가 넘는 영업이익률, 시가총액 약 8000억달러, 미국 주식 시장 1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 그동안 애플과 아이폰이 이룬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그 왕좌가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이폰 판매량은 4분기 연속 감소세에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맥북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지만 아이폰이야말로 애플을 상징하는 제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폰 판매량 부진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구매량 감소와 혁신 부족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2.5% 증가한 14억 7000만대에 그쳤고 올해에는 1.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호황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이폰 1세대. 당시 쿼티 일변도였던 시장에 터치스크린을 도입한 아이폰의 등장은 혁신 그 자체였다.
아이폰 1세대. 당시 쿼티 일변도였던 시장에 터치스크린을 도입한 아이폰의 등장은 혁신 그 자체였다.

또 아이폰의 혁신 부재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이래로 애플은 해마다 1.5개꼴로 제품을 선보이면서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을 아이폰에 담아냈다. ‘쿼티’가 대세일 때 스크린 터치로 시장을 선도한 ‘아이폰 1세대’, 어플리케이션의 대중화를 이끈 ‘아이폰 3G’, 인공지능 비서 ‘시리(Siri)’로 AI 비서 시대의 열어젖힌 아이폰 4S까지. 하지만 지난 2011년 아이폰 4S 이후로는 ‘아이폰답다’고 부를만한 제품은 사실상 출시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좀 더 화면이 넓어지고, 선명해지고, 빨라졌지만 그 점은 타사의 스마트폰도 동일했다.
따라서 애플 10주년은 위기의 애플을 상징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출시되는 아이폰X는 스티븐잡스가 없는 애플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제품이다.

아이폰X 출시 행사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는 애플과 스티븐 잡스가 이룬 그동안의 혁신 성과를 소개하며 애플의 혁신 DNA를 부각시키는 ‘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스티븐 잡스의 향수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자신들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고객들에게 각인시키려 부단히 애를 쓸 것이다.

애플 팀쿡 CEO. 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팀쿡 CEO. 사진=위키피디아

잡스에서 팀쿡으로 왕좌 계승식

2011년부터 애플을 이끌고 있는 티모시 도널드 쿡 애플 CEO는 애플을 세계 최고로 만든 남자로 불린다. 현재 애플 시가총액은 2011년 대비 2배 가량 상승했다. 팀 쿡의 손아래서 애플의 매출, 판매량 등은 꾸준히 증가했다.

IBM, 컴팩등 잘 나가는 회사의 요직을 거친 팀 쿡은 1998년 애플에 합류한다. 애플에서 팀 쿡이 맡은 일은 공급망관리였다. 구매부터, 제품 생산, 고객 전달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게 된 팀쿡은 애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생산과 악성 재고를 수정하기 시작한다.

100여 개에 이르던 부품 공급회사를 20여개로 대폭 줄이고 폭스콘 등 외부 업체에 생산을 맡겨 2년 만에 애플의 재고를 70일치에서 10일 치로 줄인다. 또 대량의 메모리를 한 번에 구매해 개당 단가를 낮추는 애플의 구매방식도 팀쿡의 손에서 탄생했다. 팀쿡을 제외하고는 애플의 46%라는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여전히 애플은 잡스의 회사다. 그의 프레젠테이션과 카리스마가 대중의 뇌리에 워낙 강력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잡스는 애플의 유산이면서 동시에 뛰어넘어야 할 벽이기도 하다. 잡스 이후 애플을 상징할 대안으론 팀 쿡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잡스를 추억하고, 잡스의 유산들을 소개하고, 그리고 아이폰 X를 들고 밝게 웃는 팀 쿡이 등장한다. 아이폰X의 듀얼카메라를 통해 증강현실(AR)로 무대에 등장한 잡스가 팀쿡에게 악수를 건넨다. 잡스가 무대에서 사라지면 팀 쿡에게 핀 조명이 쏟아지며 그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팀 쿡은 아이폰 X의 안면인식 기술과 물리버튼이 사라진 베젤리스 디자인, OLED의 화질을 선보이며 새로운 애플을 천명한다. 어디까지 예상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이폰X 예상 모델.  사진-Danny Winget 영상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아이폰X 예상 모델. 사진-Danny Winget 영상 캡처

◇부품 부족으로 인한 초기 물량 부족과 생산지연… 충성도를 올려라


아이폰X 발표행사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부품 부족으로 인해 아이폰 X의 초기 물량이 극히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JP모건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 로드 홀은 9월 늦게 소량의 차세대 아이폰 물량이 풀릴 것이고 10월 후반이나 11월 초반에 애플이 목표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9월에 200만대 가량의 아이폰X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본격적인 판매는 10월에 가능해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브랜딩 브랜드’는 현재 아이폰 유저 중 26%가 다음 핸드폰으로 아이폰X를 고려하고 있다고 조사했다. 미국 내 아이폰 사용자는 8580만 명으로 약 2200만 명이 아이폰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10월까지 아이폰X를 기다려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LG전자 V30 등의 아이폰X의 예상스펙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X 카메라 예상 성능. 사진=애플 인사이더.
애플 아이폰X 카메라 예상 성능. 사진=애플 인사이더.


더군다나 64GB 모델 기준 아이폰X 출고가는 아이폰7에 비해 약 340달러 증가한 1000달러(약 113만1200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작인 갤럭시노트8 출고가는 109만4500원(64GB, VAT포함), V30은 94만9300원이다. 아이폰X는 출시일도 두 모델에 비해 1주가량 늦다. 아이폰X는 OLED 디스플레이에 지문인식 스캐너를 통합하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생산이 한 달 가량 늦춰졌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은 아이폰X에 지문인식 스캐너 도입을 포기한 채 부랴부랴 생산에 들어갔다.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 애플은 왜 고객들에게 아이폰X를 기다려야하는 지 납득시켜야 한다. 베젤리스, 듀얼카메라, OLED 등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향평준화 된 시점에서 애플이 12일 어떤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