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할랄 인증으로 중국 초·중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대기업이 악취와 구더기가 들끓는 썩은 고기를 납품하고 지방 정부 당국이 항의하던 학부모들을 오히려 경찰에 구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국 관영매체는 사건을 보도하지 않고, 지역 매체와 SNS, 인터넷 등을 통해 10~11일(현지 시간) 중국 전역으로 소식이 번지면서 사건은 확대됐다. 현재 지방정부 당국의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썩은 고기를 보는 순간, 우리의 분노는 폭발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문제는 잠시 뒤 벌어졌다. 학교를 찾은 현 당국 간부들은 현장에 도착해 사건을 조사하기 보다는 학부모들이 압수한 부패된 고기를 빼앗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학부모들은 돼지고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목격자에 따르면, 현 내에 정보가 확산되고 시위에 많은 주민들이 참가하면서 약 2000명의 주민이 모였다. 그리고 시위대는 현 내 각 초등학교 앞을 행진했고 당국은 돼지고기를 빼앗으려고 했지만 주민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결국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당국은 경찰을 출동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경찰과의 충돌로 연행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인원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위대는 안청현 청사까지 행진한 후 현 정부 건물 앞에서 공안국장과 학부모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보호자들은 현 당국이 치아타이그룹과 유착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이 회사의 육류 공급을 중단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당국이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큰 규모로 항의 활동을 실시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 뒤 해산했다.
치아타이그룹은 현 내 수십개 초·중학교의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일부 학교에서 급식으로 인해 학생들이 식중독에 감염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식중독 증상이 강하지 않고, 학부모들도 다투려고까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은 흐지부지되었다.
학교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치아타이그룹(正大集团, Chia Tai Group)'은 태국 최대의 식품 유통 기업 '챠로엔 폭판도(Charoen Pokphand, CP)그룹'의 중국 사업부다. 최근 중국 진출 20년 만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은 한국의 이마트가 중국 매장 5곳을 매각한 태국 기업으로 한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CP그룹은 태국 최대 식품유통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배경으로 2012년 태국 외무부로부터 그토록 어렵다고 소문난 우수 할랄 업체로 선정됐으며, 가금류 및 냉동식품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할랄 식품 수출의 선도 기업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