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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40번 버스기사에게 진짜 물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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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40번 버스기사에게 진짜 물어야 할 것

백승재 온라인뉴스부 기자
백승재 온라인뉴스부 기자

건대역을 지난 240번 버스에 울음소리가 가득 찼다. 뒤이어 승객들의 아우성이 쏟아졌다. 버스는 예정대로 다음 승차장인 건대입구역에 도착했고 울음소리는 멀어졌다. 얼마전 240번 버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7살 아이의 엄마였다. 건대역에 하차한 아이를 미처 따라 내리지 못한 그는 문을 두드리며 내려달라고 울부짖었지만 버스기사는 다음 정류장에 도달한 뒤에야 엄마를 내려줬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240번 버스기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아이 엄마의 울음을 외면한 버스기사에게 사람들은 '냉혈한'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청와대에는 해당 240번버스기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240번 버스기사에게 국민들은 아이 엄마의 울음을 도외시한 ‘책임’을 물었다.

서울시는 "해당 버스기사는 매뉴얼에 따랐을 뿐 불법적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버스회사와 버스기사는 해당 모녀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버스기사가 해야 할 책임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시 죽전에서 버스를 하차한 남자아이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한 승객이 마트에 편하게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하차를 요구했고 계속된 요구에 버스기사는 문을 열어줬다. 문이 열리자 아이는 튀어나갔고 옆 차선을 달리던 차에 그대로 치였다. 해당 버스기사는 안전의무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아이 엄마의 절규에도 240번 버스기사는 버스를 멈출 수 없었다. 서울시의 말대로 정해진 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전을 고려한 버스기사 본인의 판단이었다. 버스기사가 이미 2차선에 진입한 버스를 멈추고 아이 걱정에 이성을 잃은 엄마가 뛰어나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버스를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중도 승·하차를 둔 버스기사와 승객의 실랑이다. 버스기사는 언제나 딜레마에 빠진다. 거부했을 때 쏟아지는 비난과 민원, 요구를 들어줬다가 생기는 법적 책임 모두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240번 버스기사에게 물어야 할 것은 책임이 아니라 '왜 모든 책임이 당신에게 있느냐?'가 아닐까.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