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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메모리 매각 '갈지자' 행보... TMC주식 양도체결목표 각서체결에 "법적구속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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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메모리 매각 '갈지자' 행보... TMC주식 양도체결목표 각서체결에 "법적구속력 없다"

"과연 어느 선택 옳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아직 없다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TMC)에 대한 매각을 둘러싸고 과연 어느 선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아직은 없다. 자료=도시바이미지 확대보기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TMC)에 대한 매각을 둘러싸고 "과연 어느 선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아직은 없다. 자료=도시바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도시바는 반도체 메모리 사업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TMC)의 매각에 대해 투자 펀드인 미 베인캐피탈을 축으로 한 기업 연합과 9월 하순까지 TMC 주식 양도 계약의 체결을 목표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각서를 체결했다고 9월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단순히 이 사실만 파악하면 TMC의 매각은 베인캐피탈 연합으로 굳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사실 착지점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도시바는 홍보 자료에서 "각서에 법적 구속력 등은 없다"고 밝혔으며, ​보도자료에서는 "베인캐피탈 연합을 독점 협상 대상으로 하는 규정은 없다"고 유난히 강조했다.
메모리 사업의 생산 설비 투자로 합작 파트너가 됐던 미국 웨스턴 디지털(WD)과 세계 최대의 전자기기 제조 수탁 기업인 대만의 혼하이정밀공업과의 협상도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을 은근히 어필하기 위한 발언이다.

원래 도시바는 6월 21일 베인캐피탈과 일본 정부계 펀드 산업혁신기구, 그리고 정부계 금융기관인 일본 정책투자은행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결정한 후 대외에 공표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한국의 반도체 대기업 SK하이닉스도 자금을 출연할 계획이어서 이를 '한미일 연합'으로 표현했다.

다만 이 때 각서를 체결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83일이 지나서야 각서 체결이 거론됐지만 이번에는 우선 협상 조건을 달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번(6월 21일)보다 느슨한 내용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순조롭게 한미일 연합을 포함시키지 못한 것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국제중재법원에 금지 청구를 하고 있는 WD의 존재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은 WD와의 분쟁 해결을 최종 계약 조건으로 하고 있지만, WD가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2018년 3월 말까지 채무 초과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될 위기에 빠진 도시바는 TMC에 대한 매각을 가장 서둘러야 하는 주체다. 심지어 각국의 반독점 심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유예기간조차 없는 사면초가 상태에 몰렸다.

우선 협상은 유야무야되면서 한미일 연합 외에도 WD와 혼하이 등 세 진영과 협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8월부터는 WD를 포함한 미일 연합으로 명칭마저 변해 있었다. 미일 연합은 WD에 추가해 투자 펀드인 미국 KKR 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이 들어갔다.
그러나 WD 진영의 금액이 열등한 데다 미래를 포함한 TMC에 대한 출자 비율을 놓고 양측의 골은 끝내 메워지지 않았다. 지배권을 강화하고 싶은 WD와 마찬가지로 반독점 심사가 난항을 겪을 것 등을 우려하는 도시바도 타협을 거부했다.

도시바 관계자는 "WD의 스티브 밀리건 CEO가 양보를 약속했는데, 그들이 제시한 계약서의 초안에서는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 있었다"며, 결국 "도시바 측의 불신감을 부추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틈을 찌르는 형태로 베인캐피탈이 반격을 꾀했다. 설비 투자 부담을 비롯한 인수 금액을 추가하고 혁신기구 등의 출자분을 WD와의 분쟁이 정리될 때까지 대신 떠맡기로 했으며, 애플이 일부 자금을 제공하는 등의 새로운 제안에 형세는 뒤집어졌다.

SK하이닉스의 자금 지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독점 금지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로 억제하는 것도 결정을 재고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여전히 파장은 남아있다. 도시바의 결정에 대해 WD는 즉시 '매우 유감'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WD의 서슬에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이 위축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WD의 발밑도 그리 탄탄하지 않다. 원래 도시바의 합작 파트너는 미국 샌디스크(SD)였다. WD는 HDD 부문에서 최고 기업이지만 최근 HDD는 도시바와 샌디스크가 다루는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로 치환이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WD는 2016년 190억달러(약 21조5840억원)에 샌디스크를 인수함으로써 비로소 낸드 부문에 진출했다. 그러나 샌디스크의 메모리 사업은 매우 취약했다. 도시바와 합작 사업에서는 설비 투자 자금 부담 비율에 따라 칩을 인수할 권리를 갖지만, 실제 공장은 도시바의 소유물로 제조 운영도 도시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갈라설 경우 곤란한 것은 오히려 WD 측인 것이다.

이 때문에 WD는 합작 대상이 도시바 이외의 기업이 되는 것에 전력으로 반대하면서 TMC를 손에 넣어 사업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WD의 재무제표에는 100억달러(약 11조3600억원)의 영업권과 38억달러(약 4조3168억원)의 무형 고정자산이 계상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샌디스크와 관련된 것으로 강경 자세를 계속 유지해 도시바와 결렬될 경우 손실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도시바는 이러한 WD의 약점을 파고드는 형태로 뒤흔들 태세를 갖춰왔다. 6월 말 건설 중인 욧카이치 공장의 새로운 동의 설비 투자를 도시바 단독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며, 9월 들어서도 이와테현 기타카미에서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어느 쪽도 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샌디스크의 참여를 별도 협의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궁지에 몰리던 도시바이지만 의외로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고도의 협상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WD가 도시바의 움직임을 간과하고 기존의 전략을 고수한다면 도시바의 전략에 휩싸여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국제중재법원이 도시바의 손을 들어줘 TMC에 대한 권리마저 빼앗긴다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된다.

사실 베인캐피탈과의 협상에서 도시바는 이미 우위를 차지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WD가 또다시 크게 양보하면 도시바는 다시 WD로 갈아탈 수도 있다. 다만 그만큼 협상 기간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태어 각국의 반독점 심사 등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과연 어느 선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아직은 내릴 수 없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