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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 버린 스마트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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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 버린 스마트폰 시장

산업부 유호승 기자.
산업부 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스마트폰이 시장에 등장한지 10년이 지났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혁명은 정보통신산업의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마저 바꿔 놓았다.

이 시장은 최근 성숙 단계에 진입해 단말기에서 벗어나 콘텐츠나 서비스에 집중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대표적인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역시 이 흐름에 편승해 단말기 제작과 더불어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과거 ‘상생(相生)’했던 모습을 잃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과 V30을 출시하면서 기존과 다른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다. 상대를 깎아 본인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경쟁사 제품을 정조준한 ‘공격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 것.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노트8 언팩 행사에서 카메라 성능 홍보를 위한 비교 대상으로 애플의 아이폰7 플러스를 택했다. 노트8과 아이폰을 동시에 화면에 띄워 화질과 선명도 차이를 적나라하게 비교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달 V30의 티저광고를 공개하면서 노트8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영상에는 파란색 연필을 손으로 부러뜨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삼성의 상징은 파란색이다. 아울러 부러진 펜은 노트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인 S펜을 뜻한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도전장을 냈다면, LG전자는 삼성전자를 노렸다.

양사는 신제품을 공개하며 ‘비교 마케팅’ 기법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올해처럼 경쟁사의 제품명을 그대로 노출한 적은 처음이다. 그간 삼성전자 등은 비교 기법을 사용하며 경쟁사 제품을 ‘A사 스마트폰’, ‘L사 제품’ 등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마케팅 전쟁은 중국 업체들의 굴기에 시장을 이끌어온 퍼스트무버들이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은 5%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매년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지만 레드오션에 접어든 이 시장은 지난해부터 흐름이 꺾였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지금이라도 마케팅 기법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 경쟁 마케팅은 긴 안목으로 볼 때 시장을 잠식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것은 규모의 축소를 가져오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