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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모레퍼시픽 ‘설화문화전’ 소통 실현의 대가… 놀이터로 전락한 전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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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모레퍼시픽 ‘설화문화전’ 소통 실현의 대가… 놀이터로 전락한 전시 작품들

설화문화전 관리 직원이 노재운 작가의 ‘프레임워크-로프트’ 작품 위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황급히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사진=천진영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설화문화전 관리 직원이 노재운 작가의 ‘프레임워크-로프트’ 작품 위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황급히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사진=천진영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천진영 기자] 아모레퍼시픽 ‘설화문화전’의 존재가 위태롭다. 세대 간 소통을 내걸고 ‘선녀와 나무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도산공원에 각각 나눠 전시 중이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서다. 사전 예약 후 오픈 둘째날인 16일 문화전을 직접 방문해 봤다.

◇꿩 대신 닭 ‘오디오 가이드’, 너마저 말썽…
오후 3시, 예약시간에 맞춰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에 도착했다.

간단한 출석체크 수준의 절차를 거친 기자는 안내 데스크에 도슨트 운영을 문의했다. 예약 당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방문 시간을 정할 수 있었고 홈페이지에서 ‘도슨트’ 문구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간마다 도슨트 투어가 진행되리라 착각했던 것이다.

현장 관계자는 “공식 페이지에 도슨트 운영시간이 안내돼 있나요?”라고 반문하며 오디오 가이드를 안내했다. 작품 해설을 해 준다는 점에서 도슨트와 오디오 가이드의 역할은 같다. 하지만 오디오 가이드를 도슨트한다고 정의하진 않는다.

이 관계자는 “오디오 기기는 총 25~30대 보유하고 있다. 10분 이상 단체관람객이 사전 예약을 했을 때만 도슨트 투어를 운영한다”며 “영어와 중국어 버전을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빌려간다”고 말했다.

오디오 가이드의 배터리 충전량. 입장 시 받은 오디오 기기(왼쪽)과 교체 후 기기. 사진=천진영 기기 이미지 확대보기
오디오 가이드의 배터리 충전량. 입장 시 받은 오디오 기기(왼쪽)과 교체 후 기기. 사진=천진영 기기

오디오 가이드에 의지해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부터 둘러봤다. 주말 오후 시간대였지만 전시회는 한산 그 자체였다. 아래층부터 차례대로 작품을 관람하던 순간 또 문제가 발생했다. 오디오 기기가 작동을 멈춘 것이다. 배터리 부족이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바꿔온 오디오 기기의 충전 상태는 그나마 양호했다. 배터리 충전량은 80%. 기자가 모든 작품을 관람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총 1시간 20여 분. 배터리 상태는 60%였다.

◇노재운 ‘프레임워크-로프트’, 문화전 종료일까지 괜찮을까…

플래그십 스토어를 나와 바로 옆 도산공원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도 7개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작품은 이용주 작가의 ‘Wing Tower’. 선녀가 천상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고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되찾아 날아오르는 극적인 순간을 표현했다.

유일하게 접근이 가능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디오 가이드는 “이 작품 안에 들어가면 나무꾼이 선녀를 떠나 보낼 때의 시점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품에 기대거나 미는 행위는 금지다.

이용주 작가의 ‘Wing Tower’, 내부에서 올려다 본 모습. 사진=천진영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이용주 작가의 ‘Wing Tower’, 내부에서 올려다 본 모습. 사진=천진영 기자

그 외 전시 작품들은 훼손을 막기 위해 접근 금지 라인을 설치해놨다.

그러나 노재운 작가의 ‘프레임워크-로프트’ 작품에 설치된 라인은 제 역할을 못했다. 공원에 놀러 온 아이들이 놀이터 삼아 작품 위에서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리차 왔던 직원은 황급히 라인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전시회가 시작된 지 고작 이틀째. 작품의 보존 여부가 걱정스러웠다.

이날 설화문화전 예약방문 신청자들의 참석률은 20% 수준이다. 예약 접수를 하고 있지만, 예약 시간이 지나거나 예약하지 않은 관람객도 입장 가능하다.

현장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토어 내 VIP용 스파를 운영하고 있다. 방문객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시회 내부 관람객이 붐빌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며 예약신청을 받는 이유를 밝혔다.


천진영 기자 cj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