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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원전굴기', 한국이 노리던 英 원전 호시탐탐... 脫원전정책에 밀려 놓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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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원전굴기', 한국이 노리던 英 원전 호시탐탐... 脫원전정책에 밀려 놓칠 우려

22조원 투자... 영국 최대규모 600만가구에 전력 공급

중국광핵그룹은 지난해 '화룽1호'의 대규모 국제 홍보활동을 시작으로 선진국 원전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무어사이드 원전 조감도. 자료=뉴젠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광핵그룹은 지난해 '화룽1호'의 대규모 국제 홍보활동을 시작으로 선진국 원전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무어사이드 원전 조감도. 자료=뉴젠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CGN으로 알려진 중국 국영 원전 기업 중국광핵그룹(General Nuclear Power Corporation)이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Cumbria)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전 프로젝트에 150억파운드(약 22조898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어사이드(Moorside) 원자력 발전소는 오는 2025년까지 총 3기의 원자력 발전기를 가동시켜 3.8G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영국 최대 규모로 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차이나데일리가 19일(현지 시간) 전했다.
주로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을 공략하며 원전 수출을 가속화해왔던 중국광핵그룹은 지난해 '화룽1호'의 대규모 국제 홍보활동을 시작으로 영국 남서부 서머싯 주 힝클리포인트C 원전 2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선진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영국과 태국 등 10여개국 협력 파트너를 상대로 기술 및 수출 배치방안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실 중국이 눈독을 들이는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에 먼저 뛰어든 것은 우리나라의 한국전력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초 무어사이드 원전 개발사인 뉴제너레이션(NuGeneration, 이하 뉴젠)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모회사인 도시바와 협상을 벌여왔다.

뉴젠 지분 60%를 보유한 도시바 또한 지난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의 파산 충격으로 한국전력의 지분 인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7월 한국전력은 한국형 신형 원자로 모델인 'APR1400'을 무기로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미 영국의 핵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 중인 중국광핵그룹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심지어 중국광핵그룹은 'HPR1000'이라고 알려진 중국형 원전을 앞세워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은 영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원전굴기(崛起, 우뚝 서는 것)'에 위협을 표시한 데 있다. 그리고 영국의 원자력 감시단인 원자력규제국(Office for Nuclear Regulation)이 미국 웨스팅하우스 파산에 따른 엄격한 평가를 진행함에 따라 건설 일정은 현재 보류된 상태다.

하지만 원전 수주는 국가급 프로젝트로 최근 탈(脫)원전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강력한 중앙정부를 배경으로 하는 중국의 기세에 눌려 이번 프로젝트도 빼앗길 우려가 커졌다.
중국광핵그룹이 이번 무어사이드 원전 인수에 성공하면 영국 원전 4곳의 프로젝트를 전담하게 되며, 선진국을 대상으로 '원전굴기'의 초석을 완성하게 된다. 이는 향후 한국의 원전 수출에 강력한 걸림돌로 작용해, 세계 각국에서 계획 중인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