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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차이나 턴‘ 압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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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차이나 턴‘ 압박이 시작된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김종혁 기자
김종혁 기자
글로벌 철강업계가 지난해와 올해 재기에 성공했다. 수년간의 적자 터널을 벗어나 대폭적인 이익 개선을 이뤘다. 핵심 배경은 가격 상승과 중국의 구조조정이다. 저급 철강재 생산설비가 퇴출됐고 수천만 톤의 노후 설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출량은 월 평균 1000만 톤에서 올해 1~8월 평균 600만 톤대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철강업계를 수렁으로 빠뜨렸던 공급과잉은 빠른 속도로 해소됐다. 여기에 높은 경제성장률과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동은 꺼져가던 철강수요를 일으켜 세웠다.

‘차이나 턴(China turn)'의 효과는 지난해와 올해 글로벌 전역에서 일어났다.

호시절을 즐길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이 같은 중국의 일대 전환은 보다 강한 압박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최상위 공정인 고로를 겸비한 철강사가 90%에 이른다. 중국은 이제 고부가가치 제품인 냉연 도금 등 하공정 설비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구조조정은 이를 위한 터 닦기에 불과했다. 지난해 바오산과 우한의 합병으로 세계 2위 철강그룹으로 재탄생한 바오우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1차 공세를 퍼부었다. 실탄은 일반재 열연 중후판 GI, 타깃은 건자재 분야였다. 이는 양적 팽창의 발판이 됐다.

2차 공세는 자동차 가전을 비롯해 항공 등 첨단 소재분야가 될 것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신일철주금(NSSMC), JFE스틸 등의 강자들도 안심할 수 없다.

'차이나 턴'의 압박은 동국제강, 동부제철, 세아제강, 특히 냉연단압에 먼저 나타날 전망이다. 어쩌면 중국의 압박은 벌써 시작됐다.

중국의 열연 가격은 한중일 최고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이 이를 뒤쫓는 형국이다. 중국이 열연을 보다 빠르고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하공정인 냉연과의 격차(롤마진)는 불과 30~40달러로 좁혀졌다. 이전보다 반으로 축소됐다.

냉연단압은 고가의 열연을 구매해 낮은 가격에 냉연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하공정 설비증설을 준비하는 동안 열연에서 많은 이익을 남기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포스코의 과거 행보도 다르지 않았다. 포스코는 2000년 초반부터 하공정 기반을 넓혀갔다. 유일한 열연 사업자였던 포스코는 냉연단압에 판매하는 열연에서 비교적 많은 이익을 취했다. 당시 동국제강 냉연부문(구 유니온스틸), 동부제철, 현대제철 냉연부문(구 현대하이스코)이 포스코산 열연 구매에 의존했다.

포스코는 가격을 인상할 때 주로 냉연보다 열연 가격을 더 큰 폭으로 올렸다. 열연을 10만 원 올릴 때 냉연을 5만 원 정도만 인상하거나 열연만 올리는 식이다.

냉연단압은 10만 원 오른 열연소재를 구매하지만 냉연 가격은 반밖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 입장에서 냉연단압은 열연 고객사인 동시에 냉연 시장의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하공정을 완비하기까지 시간은 남아있다. 시진핑 정부는 2025년까지 철강산업 재편을 완료할 계획이다.

획기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거나 독보적인 시장 영역을 구축하거나 아니면 글로벌 철강가와의 연합전선을 꾸리거나 앞으로 10년 내에 나타날 중국의 새로운 압박에 대비해야 할 때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