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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딜레마 편의점③] 편의점 근접출점 논란, ‘무한경쟁’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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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딜레마 편의점③] 편의점 근접출점 논란, ‘무한경쟁’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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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올 여름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상도덕 논란이 가열됐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근처 한 건물 1, 2층에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 2곳이 들어선 것. 1층에서 A사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에 따르면 건물주가 개축 공사로 생긴 아래층에 B사 편의점을 입점 시켰다. 2층으로 밀려난 것도 모자라 동종업계와 한 지붕 아래 영업하게 된 A사 편의점 점주는 건물주에게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결국 B사 측이 폐점을 결정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국내 편의점 수가 4만개에 육박하며 편의점 포화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2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5대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CU 1만1799개, GS25 1만1776개, 세븐일레븐 8944개, 미니스톱 2396개, 이마트24(옛 위드미) 2168개로 총 3만7083개다. 개인 편의점을 포함하면 국내 편의점 수는 4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인구 1300여 명당 편의점 1개가 있는 셈으로 인구 2200여 명당 편의점 1개(5만5000여 개)가 있는 일본을 넘어선 수치다.
편의점 업체들의 점포 수 확장 경쟁은 올 들어 더 치열해졌다. 그러나 상권을 보호 받지 못한 가맹점주들은 매출 부진 등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같은 회사의 간판을 단 편의점이 같은 상권에서 난립하는 것은 현행 법규나 관련 제도상 편의점 점포 간 거리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점포 간 상권보호를 위한 편의점 자체 규정도 있었다. 1994년 편의점협회 사장단회의에서 점포 간 상권보호를 위해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 자율규약’이 만들어졌지만 1999년 폐지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업계 내 자율 규약이 공정한 경쟁을 위배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후 본사 방침에 따라 출점하고 있지만 업체 간 출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의미해졌다.

편의점 본사의 구조적 문제도 무분별한 출점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 본부는 매출액 대부분을 가맹점의 일정 수익금(로열티)에 의존한다. 빅3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동일 상권이 이미 포화 상태이지만 같은 회사의 간판을 단 점포가 10m도 안돼 계속 늘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권은 편의점 가맹본부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해 점포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기존 가맹점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됐다고 본다. 특히 무분별한 출점 확대를 막기 위한 기존의 규제가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근접 출점을 비롯한 유통업계 전반의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본사와 점주 간 계약 시 부당한 점포 출점 사례가 있는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업계도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마트24는 최근 회사명을 바꾸면서 신규 오픈 매장은 단순한 담배, 수입맥주 판매점이 아닌 ‘프리미엄 편의점’으로 출점하겠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향후 5년간 9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