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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의원, 국세청 허술한 일처리에 4천여명 ‘세금 폭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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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의원, 국세청 허술한 일처리에 4천여명 ‘세금 폭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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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라영철 기자] 국세청이 세무사 기장 대리와 신고 대리에 대한 사후검증을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국회부의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납세자들이 세무서에 제출했던 500여장의 표준 손익계산서를 납세자들로부터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A 세무사가 기장 대리한 신고서는 국내접대비가 대부분 ‘1천196만 원’으로 똑같은 숫자로 입력돼 있었다. 이들 신고서의 기부금 항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0원’으로 처리돼 있었다.

A 세무사는 특정 항목의 금액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복리후생비, 여비교통비, 광고선전비, 차량유지비, 지급수수료, 소모품비, 기타 등 여러 항목에 분산시켜 공제를 받는식으로 당기순손익을 낮춰 신고를 대신 해줬다. 이 과정에서 A 세무사는 납세자들이 준 자료를 없애고 임의로 기장했다. 납세자들은 세무서와 마찰 없이 일정 금액을 환급받거나 적은 금액의 종합소득세만 내면 됐다

이는 A 세무사가 국세청이 사실상 상대적으로 소액 환급금액 또는 소액 납세 부분에 대해서는 사후검증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소득세 신고 때 기부금 영수증을 제출하면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데도 A 세무사는 수천 명의 소득 신고를 대신 해주면서 기부금을 모두 ‘0원’으로 기재하고 기부금 영수증을 한 장도 제출하지 않았다.

A 세무사는 엑셀에 수식을 넣어 매출액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경비 항목에 반영되는 방법으로 기장을 한 것이다.

이 신고서를 접수한 국세청은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고 서류상의 수치들을 그대로 인정해 과세처분을 끝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사업자들은 적은 세금을 내거나 환급을 받았고, 정부 또한 그만큼 세금을 덜 걷게 됐다. A 세무사는 본인 및 5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이 때문에 A 세무사에 기장을 의뢰했던 프리랜서 4천여 명은 종합소득세와 가산세를 포함해 1인당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까지 세금을 내야 했다.

반면 국세청의 허술한 일처리 탓에 A 세무사는 엄청난 수익을 취했던 것이다.

세무전문가들은 “여러 사업자의 신고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을 세무서 차원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해도 국세청은 전산 검증 등을 통해 이런 문제를 찾아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제의 표준 손익계산서 500여장을 사후에 검토해본 국세청 실무자는 “간단히 비교만 해봐도 허위신고 가능성을 충분히 알아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대비는 사후검증 때 거의 살펴보지 않으므로 적당한 수치를 그냥 입력했고 나머지 항목도 소액으로 고만고만하게 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후 검증을 제대로 했더라면 그냥 통과되지 않았을 신고서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현재 A 세무사가 단순 신고 대리를 한 납세자까지 합하면 9천여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A 세무사는 2014년 10월 국세청으로부터 1차 조사를 받았고, 2015년 5월 세무사법 제12조의 성실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65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심 의원은 “국세청이 비리 세무사에 대한 사후검증 부실 책임을 납세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국세청은 크게 구멍 뚫린 세무사의 부실기장에 대한 사후검증 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영철 기자 lycl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