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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히딩크 논란 이어 경기중 숙면 논란… 축협 비리에는 왜 침묵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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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히딩크 논란 이어 경기중 숙면 논란… 축협 비리에는 왜 침묵 했나?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거스 히딩크. /출처=뉴시스(좌), 히딩크 재단(우)이미지 확대보기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거스 히딩크. /출처=뉴시스(좌), 히딩크 재단(우)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말바꾸기 논란과 축협 비리 침묵에 이어 경기도중 숙면했다는 논란까지 휩싸였다. 국민들은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10일 열린 한국과 모로코의 평가전에서 중계 카메라가 잠시 축구협회관계자들이 앉아있는 자리를 비췄다. 카메라 가운데 잡힌 김호곤 부회장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한국이 모로코에 2-0으로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모습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 답답해하던 국민들은 다소 평안히 자고 있는 듯한 김호곤 부회장의 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호곤 부회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단지 자고 있던 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앞서 벌어졌던 말바꾸기와 축협 비리 사건 때문이다.

지난달 6일 노제호 히딩크 제단 사무총장이 “히딩크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의향을 전해왔다”며 김호곤 부회장에 연락을 취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호곤 부회장은 당시 “그런 연락을 받은 일이 없다”며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히딩크의 기자회견 이후 연락을 받은 게 사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히딩크는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한다면 감독이든 기술 자문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히딩크는 지난 6월 대표팀 감독을 맡을 의향을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축구 팬들은 대한축구협회가 거짓말을 했다며 진실을 요구했다. 이에 김호곤 부회장은 당시 연락을 받은 일이 없다고 한 것이 거짓이었다고 인정했다.

김호곤 부회장은 "히딩크 측으로부터 카톡 문자를 받았지만 그 당시 나는 기술위원장으로 선임되기 전이라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권한이 전혀 없었다. 이후 히딩크 측과 전화통화를 포함해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호곤 부회장은 "그때 왜 이런 문자가 왔나 하고 생각했을 뿐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고 새 감독을 걱정하는 상황이었지만 내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분위기였다. 이후에도 히딩크 측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호곤 부회장은 "이걸 두고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공식 제안한 것처럼 말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기술위원장이 되고서도 전체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후보로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축구 팬들은 김호곤 부회장의 태도가 ‘적반하장’이라며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여론이었다.

김호곤 부회장이 비난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달 14일 밝혀진 대한축구협회 임직원들이 연루된 이른바 ‘축협 비리’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중연 전 회장 등 임직원 11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업무 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로 220여회 1억1000만원 상당을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수사 의뢰를 받은 18명 중 12명의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조중연 전 회장은 재임 시절 국제축구경기에 부인과 동행한 뒤 부인의 항공료 등 약 3000만원을 협회 공금으로 부정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인들과 골프를 치면서 골프장 비용 140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회택 전 부회장 역시 골프장을 43회 이용하면서 법인카드로 총 800만원을 결제했다.

임원 이모(52)씨 등은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30회 결제해 23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로 167만원을 결제했다. 피부미용실에서도 1000만원 상당의 법인카드 결제가 이뤄졌다.

당시 히딩크의 연락을 숨겼다는 것과 임원들의 배임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축구협회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히딩크의 연락을 숨긴 것이 히딩크가 감독이 되면 대표팀 선발에 압력을 넣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축구 팬들은 대한축구협회를 '적폐세력'이라 비난하면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기 김호곤 부회장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자 일각에서는 일부 임원들과의 학연 등으로 인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사과문을 게재하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김호곤 부회장의 직접적인 사과나 책임 통감은 없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