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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유죄' 미술계 발칵 뒤집혔다… 뜨거웠던 쟁점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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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유죄' 미술계 발칵 뒤집혔다… 뜨거웠던 쟁점 '세가지'

조영남의 작품 극동에서 온 꽃, 캔버스에 아크릴. 사진=팔레드서울
조영남의 작품 극동에서 온 꽃, 캔버스에 아크릴. 사진=팔레드서울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가수 조영남이 그림 대작 혐의(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영남은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판결로 인해 미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먼저 조영남이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한 작가 A와 B씨를 대작 작가로 볼 것인가, 조수로 볼 것인가가 조영남의 유죄여부에 주요한 포인트로 작용했다. 먼저 대작 작가로 볼 경우 조영남은 남이 그린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어 속인 것이므로 사기죄가 성립된다. 다만, 조수로 본다면 도의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 판사는 조씨는 화가 송씨 등을 단순히 본인들의 수족(手足)처럼 부릴 수 있는 조수로 취급하며 그들의 노력이나 노동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라며 "이로 인해 송씨 등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무명작가들에게 상처와 자괴감을 안겨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영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가 20여명이 넘고, 피해액이 1억8000만원이 넘는 등 피해 규모 또한 상당히 크다"라며 "조영남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다거나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영남의 실행이 없는 그림을 조영남의 작품이라 볼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이에 진중권은 앞서 "'관념'과 '실행'의 분리가 현대미술의 주요 특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영남이 작품 속에서 1%의 실행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영남이 보고 자신의 사인을 해 넣었다면 그것은 조영남의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진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끝으로 대리 작가 또는 조수 사용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가도 지적됐다. 해당 사건이 기소된 데에는 조영남의 작품을 고가에 매입한 사람들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영남이 그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림을 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조씨가 제작했다는 작품들이 조씨 본인의 창작적 표현물로 온전히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를 구매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조씨는 원래 본업인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화가로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 갔다"면서도 "조씨가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믿고 있던 대다수 일반 대중과 작품 구매자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실망감을 안겨줬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씨의 범행은 미술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나 현대미술의 본질과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솔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악의적인 사기 범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라며 "조씨의 인지도와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하면 피해 회복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