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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영화 ‘여왕 마고’가 던지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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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영화 ‘여왕 마고’가 던지는 화두

임실근 객원 논설위원
임실근 객원 논설위원
프랑스 영화계가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 자존심을 걸고 제작한 ‘여왕 마고’는 피비린내 나는 종교전쟁을 배경으로 프랑스 왕실의 암투를 그려내고 있다. 첫 장면부터 16세기 종교 분쟁과 권력 다툼을 암시하듯 어둡고 침침한 지하 침실모습과 눈속임에 불과한 거짓평화를 만들어 서로 화해무드를 보이기 위한 결혼 등 시대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프랑스 왕실의 불륜과 권력투쟁으로 얼룩진 타락한 사회상과 마고의 자유분방한 애정 관계, 그리고 앙리의 굳은 의지와 야망을 느끼게 되지만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종교와 권력을 둘러싼 갈등의 고리와 반복, 음모, 배신 등은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시대적 아픔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다.

당시 프랑스는 샤를르9세가 왕이었으나, 어머니인 까트린느 드 메디치(catherin de medici)가 섭정을 했다. 1562년 3월 바시에서의 학살로 인해 위그노 전쟁이 일어났고 낭트칙령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는 듯했다. 이후 왕의 어머니는 신•구교의 화합을 위해 딸인 마르그리트(마고)와 나바르의 왕인 앙리 나바르를 결혼시키는 과정에서 앙리 어머니 잔느를 독살한다. 또한 개신교 수장인 꼴리니 제독을 죽이려다 실패했다. 그는 두려운 마음에 결혼동맹(1572)을 맺으면서 마고와 앙리의 결혼식축제가 한창인 파리를 거대 공동묘지로 변하게 만든다. 이것이 1572년 8월 24일 성 바르톨로뮤 축일(Massacre de la Saint-Barthelemy)에 자행된 위그노대학살사건이다.
16세기 프랑스는 독일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종교개혁 이후 쟝 칼뱅(Jean calvin)의 종교개혁에 동참하여 1559년 신앙고백을 채택하여 입지를 확고히 세운 프로테스탄트들인 위그노(Huguenot)와 집권세력인 가톨릭과의 투쟁은 살육전이었다. 사실 수백 년 동안 유럽 등지에서 종교는 인간의 풍요로운 삶과 가치를 더해주기보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이교도들을 참살하는 도구로 전락되기도 했다. 특히 당시 프랑스는 신•구교의 전쟁이 심화되면서, 자신들이 믿는 종교와 욕망 성취를 목적으로 죄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피와 희생을 가했던 것이다. 따라서 위그노들은 숨어 살거나, 다른 국가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진정 종교개혁의 계승자들이었다.

16세기 중세유럽은 15세기말 지리상의 발견으로 급격한 사회변동과 다양한 이해관계가 대립양상으로 치닫게 되며, 프랑스는 그러한 격랑의 지각변동 중심에 있었다. 앙리 2세가 죽은 1559년의 프랑스는 과거 역대 왕들의 탄압을 받던 개신교도들이 전국 조직을 결성하고 정치세력으로 등장하여 종교적인 내란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감독은 주인공과 모후를 통해 한 시대의 예술이 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프랑스 궁정과 파리 시내를 통해 가문의 영광과 전통, 평화를 위해 독살과 음모, 계략을 행하는 인간의 마음속 생각들과 종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는다. 이 영화는 신의 공간속에서 사는 인간희망과 교훈을 묻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정치나 재벌, 종교나 세속사회 어디에서도 신이 주시거나, 부모나 국민들이 주신 조그만 권력도 만들기는 어렵고 놓기는 더욱 어렵기 마련이다. 우리는 역사적 사실에서 갈등과 음모, 살육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과정을 보았다. 그러나 어떤 폭력도 상대를 잠시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그들의 저항정신을 바닥까지 뿌리째 뽑을 수 없으며,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죄악들도 폭력이라는 사실이다. ‘여왕 마고’는 상대가치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면서 삶의 가치를 높이라고 주문한다. 이 프랑스 영화는 권력과 부를 위해 타인을 부정하고 자신만을 믿으며, 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착각에서 모든 비극이 비롯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난 정부는 헌법위반과 각종 부패와 비리가 터지면서 촛불퇴진집회가 시작되었다. 급기야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최대치로 올라오면서 탄핵소추상태에 처했다. 이러한 촛불민심에는 ‘갑질 문화’와 닫힌 마음, 일방통행 등이 작용했다. 촛불은 자유와 정의를 요구한다. 한국경제의 양극화는 물론, 중소유통과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도 데이터기반의 광속 인공지능, 로봇기술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정치•종교는 물론, 유통산업에서도 어울림 미학과 공생의 본질을 잊고 ‘나 아니면 안 된다’식의 횡포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이제 공통 이익과 권력의 본질을 깨달아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연결성•규제완화•융합’으로 필요 없는 분쟁을 줄이고 산•학•연 협력으로 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임실근 객원 논설위원(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