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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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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⑧ 내세의 긍정

강정민(변호사·소설가)
강정민(변호사·소설가)
인류의 스승들의 교집합 중 하나는 이들이 모두 내세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크라테스가 내세를 인정한다는 점이 약간은 의외일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내세관은 플라톤이 쓴 「파이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고 죽은 날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죽음과 영혼, 내세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사람이 죽으면 각자의 수호신이 그를 죽은 자들이 함께 모여 있는 어떤 곳으로 데려가 심판을 받게 한다. 판결이 나면 안내자를 따라 저승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마땅히 당해야 할 일을 당하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안내자가 그를 다시 이 세상으로 데리고 온다”라고 말합니다. 사후 심판과 윤회에 관하여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뛰어나게 거룩한 생활을 한 사람들은 이 지상의 감옥에서 풀려나 저 세상에 있는 순수한 집으로 가 순수한 땅에서 영원히 살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내세관입니다.

석가모니 또한 소크라테스와 같은 윤회론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인과경(因果經)에 석가모니가 자신의 전생과 금생에 관해 이야기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이러한 윤회에서 벗어나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이것이 석가모니의 도입니다.
공자의 내세관은 논어 선진편(先進篇) 제11장에 잘 나타납니다. 제자 계로(季路)가 귀신 섬기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는 ‘아직 사람도 잘 섬길 수 없으니 어떻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는가’ 하고 대답합니다. 계로가 죽음에 대해 다시 묻자 ‘아직 삶도 잘 알지 못하니 어떻게 죽음을 알겠는가’ 하고 대답합니다. 공자의 본래 직업은 유(儒), 하늘과 조상에 제사 드리는 일이었으니 기본적으로 내세를 긍정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사후 세계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솔직하게 대답한 것입니다.

예수의 내세관에 대해서는 대체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내세관이 바로 예수의 내세관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이 세상은 천국 또는 지옥 중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되는 시험장에 불과합니다. 십자가의 도를 따라 구원받은 사람들은 천국으로,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은 지옥으로 가게됩니다. 성경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나그네와 같으며 이 세상의 삶은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이 아니라 저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인류의 스승들은 하나같이 내세를 긍정합니다. 그들이 묘사하는 내세의 양상은 다르지만 내세를 긍정한다는 점에서 만큼은 일치합니다. 석가모니와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내세의 모습은 거의 일치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인도와 그리스에서 거의 동시대에 비슷한 내세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반면 성경에는 윤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성경은 사람이 죽으면 잔다고 표현합니다. 그렇게 자다가 예수 재림의 날 모두 부활하여 천국으로 갈 사람들은 천국에서 영생을 누리고, 지옥으로 갈 사람들은 지옥에서 영벌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과학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내세를 부정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육신이 죽으면 영혼 또한 소멸된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4가지 방법으로 영혼의 불멸성을 논증해 냅니다. ‘영혼불멸논증’이라고 검색해보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철저한 유물론자였습니다. 당연히 육신이 죽으면 영혼은 소멸할 것이라 생각했고 내세를 믿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류의 스승들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 오히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회의하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스승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철저하게 고민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한결같이 내세를 긍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명이라도 내세를 부정했다면 회의감이 덜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내세를 긍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내세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강정민(변호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