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때아닌 올드보이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올드보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단어 그대로 최근 금융권 수장 자리에 올드(고령)한 전직 관료들이 복귀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는 용어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 은퇴한 고령의 수장들이 다시 컴백하는 것에 업계의 시선이 따뜻할 수 없다. 60대 중반에서 70대 후반의 인사가 주요 금융권 수장직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시작은 BNK금융지주다. 관료는 아니지만 46년생인 김지완 회장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직업이 CEO로 불릴 정도로 증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은행업 경험이 적고 부산 경남의 지역적 특성에 밝은 것도 아닌데 선임돼 논란이 됐다. BNK금융지주가 증권업으로 확대‧성장을 이끌 인물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동문이며 과거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고문을 지냈다.
문재인 캠프에서도 활동한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이 새로운 손해보험협회장에 거론되면서 올드보이 논란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여정부 시절 대표적 고위급 인물의 복귀에 현장의 시선은 따갑다. 김용덕 손보협회장은 67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고려대학 선배이자 행시 10기수나 선배다. 눈치 안보고 맘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김용덕 회장은 6일 취임했다.
생명보험협회도 관 출신 어르신을 모시느라 분주해 보인다. 취임 순서가 빠른 수장직에 좋은 관피아를 빼앗길 수 있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화룡정점은 은행연합회 회장이다. 79세인 홍재형 전 부총리, 68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62세인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언급되고 있다.
규제가 많은 산업이 금융이다. 그러다보니 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다. 막힌 곳을 뚫어주고 숙원사업을 풀어줄 해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소속된 단체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이다. 결코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얼마전 삼성그룹의 인사가 있었다. 주요 계열사 CEO 선임의 공통된 코드가 하나 있었다. 바로 60년대생이라는 것이다. 50대의 젊은 CEO를 중심으로 새로운 삼성을 이끌겠다는 의미다.
여러 단체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기업에 국내 대기업 몇 곳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는 단 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외치던 그 많은 금융기업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딱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현주소다.
올드보이의 산업을 꿰뚫는 통찰력과 수십 년의 축적된 현장경험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역량을 갖춘 젊은 인재는 이바닥에 넘치고도 남는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청년실업, 어렵게 입사해도 60세 정년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 낙향해 후학 양성에 힘쓰심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최종구 위원장에게 토르의 망치가 아니더라도 올드보이 최민식의 망치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