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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앓던 이’ 뺀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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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앓던 이’ 뺀 롯데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앓던 이가 빠졌다.’ 중국 롯데마트 철수를 선언한 롯데에 대한 업계 안팎의 평가다. 롯데의 중국 사업은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지만 실적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었다.

롯데마트 중국 법인은 말 그대로 ‘만년적자’ 상태다. 2008년 6월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연 이래 줄곧 적자를 기록해왔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 규모만 1000억원을 넘었다. 흑자 점포가 전무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거둔 이익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鷄肋)이나 다름없었다.
신세계는 한 발 먼저 중국 사업에서 발을 뺐다. 이마트는 2010년 26개 중국 점포의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점포 대부분이 지상권이 묶여 있는 ‘자가점’들이라 최종 매각까진 7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롯데처럼 높은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과 달리 점포마다 계약 조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수한 것이다.

반면 중국 내 롯데마트는 매장 대부분이 20~30년 단위의 장기 임차계약이다. 발목이 잡힌 롯데마트가 중국과 ‘노예계약’을 맺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롯데마트가 중국 내 112개의 점포(슈퍼마켓 13개 포함)를 운영 중인 것과 비교했을 때 이마트는 점포가 6곳 밖에 되지 않는 점도 철수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던 중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는 ‘악재’인 동시에 ‘기회’가 됐다. 중국 내 롯데마트는 사드 보복으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에 적자 사업을 정리할 적절한 명분을 준 셈이다. 파산이 아닌 매각을 진행하는 점도 롯데에게는 일부 손실 보전도 가능하다.

여기에 한·중 갈등이 해빙모드로 접어들면서 매각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매각건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양국의 관계 개선 협의를 환영한다”면서도 “기존 롯데마트 매각은 이미 진전돼 온 사항으로 변동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은 이유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는 신성장동력을 찾기에 분주하다. 8일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2박3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사업장을 둘러보기 위해 지난 7일 출국했다.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찾아 동남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드’가 준 교훈은 맵다. 사드는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지만, 언제까지 사드 핑계만 대고 있을 수는 없다. 중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 가장 치열한 격전지다. 한국 기업들도 이 기회에 수출 또는 진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