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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280조원 규모 비즈니스 상담…'동상이몽(?)' 회의적 견해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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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280조원 규모 비즈니스 상담…'동상이몽(?)' 회의적 견해 앞서

대부분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로 구체화하는 데 수년 소요

미∙중 양국은 9일(현지 시간) 약 2500억달러(약 279조4000억원) 규모의 미·중 기업 간 비즈니스 상담을 발표했다. 실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낙관적이기 보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자료=gov.cn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양국은 9일(현지 시간) 약 2500억달러(약 279조4000억원) 규모의 미·중 기업 간 비즈니스 상담을 발표했다. 실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낙관적이기 보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자료=gov.cn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중 양국은 9일(현지 시간) 약 2500억달러(약 279조4000억원) 규모의 미·중 기업 간 비즈니스 상담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언론은 이를 앞 다투어 보도했는데, "과연 성사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대두됐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린 베이징에서의 비즈니스 이벤트에서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 대해 "매우 공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연간 대중 무역 적자가 거액에 이르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으며, 이해 범위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곧장 "우리가 더 공정한 조건을 실현할 수 있다면, 미국과 중국은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자세를 조금 낮췄다. 이어 트럼프가 "무역 불균형으로 중국을 비난하지 말라"고 발언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한 답으로 시 주석은 에너지와 농산물, 영화 등 많은 산업이 미국에서의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데 대해 긍정적이라고 표명했다. 또한 미 금융 기관이 '일대일로' 구상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도 환영의 인사로 화답했다.

중국 남부를 거점으로 드론을 생산하는 광저우이항(广州亿航)의 창업자 후화즈(胡华智)는 트럼프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트럼프는 국가 운영을 비즈니스를 실시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으며, 이는 좋은 일"이라며, "미국의 호조는 많은 국가를 더 빠르게 견인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낙관론의 배경에는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은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경영자의 견해가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중국 때리기를 반복했던 트럼프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에는 말투를 완화하고 중국의 환율 조작국 인증과 중국 제품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등의 선거 공약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저우자동차그룹 펑싱야(冯兴亜) 사장은 "트럼프가 세계화에 반대의 입장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자국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것이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기업이 중국에 판매하는 자동차는 중국 업체가 미국에 판매하는 제품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언급하며 "양국 간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미국에게 매우 유익할 것"이고 덧붙였다.

하지만 25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거액의 비즈니스에 대해 "계약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9일 발표한 약 15건의 합의는 대부분이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로 구체화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 미 상무 장관이 8일에 9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거래를 발표했지만, 이 또한 많은 세부 사항이 부족한 MOU에 그쳐 계약을 맺을 단계에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미국은 9일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와 함께 중국석유화공(시노펙), 중국투자(CIC), 중국은행이 참여하는 알래스카에서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전진시키기 위해 공동개발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최고 430억달러의 투자를 수반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 MOU에 대해서도 "트럼프에 대한 중국 측의 친선 표시일 뿐 실제 계약에 이르기에는 몇 년의 협상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여지를 남겼다.

미국 컨설팅 회사 APCO 월드 와이드의 중화권 사장인 제임스 맥그리거는 "중국이 세계적인 사업력을 보유하고 미국에 유해한 산업 정책을 취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번 계약 체결은 너무 단순한 것 같다. 모든 것은 트럼프가 딜 메이크업 실력을 과시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면서 싸늘한 지적을 남겼다.

트럼프를 딜 메이커로 보는 중국 기업의 경영자도 적지 않다. 트럼프는 '미국제일' 주의와 미국 무역 적자 감축의 필요성을 반복 주장해 왔지만, 그것을 듣고 온 많은 중국 기업 경영자는 트럼프의 발언을 무역전쟁의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딜 메이커의 말로 간주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연간 국가 운영 예산을 웃도는 미중 간 280조원 규모의 거대한 비즈니스 상담이 '동상이몽'이 될 가성능과 함께 회의적인 견해가 앞서는 이유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