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이소정 안무의 '바람香'…장고에 실은 우리춤 사랑

기사입력 : 2017-11-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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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안무의 '바람香'

붉은 산을 타고 구름이 흘러간다. 연(緣)은 지혜의 삶으로 '들으라' 했다.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구름은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 구름에 얼굴을 묻고 웃는다.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이 비어있음이다.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실천이 없는 말은 지식을 도구로 삼을 뿐이다.

포이동 M극장 2017년 하반기 기획공연에 초대된 이소정(국립무용단 단원) 안무의 『바람香』은 장고에 춤 철학을 담은 주제성 농후한 작품이었다. 구름의 다양한 모습은 안무가로 하여금 기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을 감지하게 만들었다. 구름과 바람이 안무가의 내면적 감정 변화를 위한 메타포로 쓰이고, 그 감정들은 한국적 호흡과 전통춤 동작으로 이미지에 담긴다.

『바람香』에는 오동나무통의 장고만 존재할 뿐 채를 사용하지 않으며 끈이 없다. 안무가는 정악 장고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다. 진홍의 통은 열정을 상징하기에 충분하다. 잘록한 장고를 두고 '바람香'이라는 미학적 상부구조를 평강(平康)에 대비한 춤은 좌우 장고통의 재료와 크기의 차이처럼 다름의 가치를 수용한다. 안무가는 장고를 단순한 유희적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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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안무의 '바람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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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안무의 '바람香'

맑고 깨끗한 정주 소리, 춤에 대한 경건한 존중이다. 플로어에 놓인 세 대의 장고, 전통춤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탑 조명을 타고 장고 위에 앉은 세 사람의 후학(여성 삼인무)이 조명의 확장으로 조화를 이룬다. 검정색(이소정), 살구색(김승현, 이승아)으로 수련과정을 구분하며 전개된 춤은 현대음악과 어울리고 독무로 변화를 주면서 실험적 장고 연기로 심도를 더해간다.

장고를 바람과 구름에 비유하고 바람개비의 회전처럼 안무가의 내면적 감정이 드러난다. 이소정・김승현・이승아가 추어낸 담백한 춤은 화려한 음악을 원하지 않았다. 여백의 미를 살리기 위한 무용수들의 숨소리, 움직이는 소리, 악기를 쓰다듬는 소리 등이 최대한 활용된다. 『바람香』을 위해 작곡된 전준영의 테마곡 '구루마 피아노 연주곡'과 라이브 연주가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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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안무의 '바람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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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안무의 '바람香'

안무가는 소극장 무대의 특성인 무용수들과 관객이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점을 살려 눈앞에 보이는 감정표현이나 발동작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소정의 독무와 무용수들의 2인무를 오가며 장고의 탈착이 이루어지며 장고는 사유의 대상이 된다. 반복적 정주 소리, 자유분방한 장고는 세찬 굴림을 안고 모아진다. 붉게 빛나는 장고의 시각적 비주얼이 인상 깊다.

누운 장고가 다시 세워지며, 장고 위로 조명이 떨어진다. 장고에 대한 강박적 강조이다. 보물을 다루듯 고운 손이 장고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장고를 들고 앉은 자세, 선 자세로 장고를 생각하는 춤, 바람소리를 듣는다. 세월은 흘러가고 장고는 신체의 일부가 된다. 전통과 현대가 조우하고 가벼운 피아노 소리에 맞추어 장고가 다시 '포커스 인' 되며 춤은 종료된다.

이소정, 국립무용단의 중추적 무용수로서 오페라나 타 장르 작품의 안무 경험은 다수 있었지만 '사이트 앤 사운드'를 주조하면서 창작 안무가로 나서 춤 연기를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무가의 장고에 대한 창의적 주제의식, 인문학적 탐구심, 수사에 있어서의 과감한 생략과 신비적극성 도출, 진정성 견지는 『바람香』의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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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안무의 '바람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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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안무의 '바람香'

이소정의 개인공연들은 전통춤과 민속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었는데 이번 M극장 기획공연작품은 전통춤의 숭고한 정신을 그대로 받들 면서도 자신의 바람직한 춤창작 태도를 보여주었다. 『바람香』은 장고춤의 도식적 틀을 깨고 기교와 기법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춤의 심연에서 부상하여 창작안무가로 등재된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바람香』은 전통춤의 가치를 고양하며 비전을 보여주는 창조적 시도였다. 한국적 전통호흡과 정서를 바탕으로 심원한 춤의 신비를 통찰하고 있다. 바람과 구름에 실은 춤은 호소력이 있는 '사랑'이 밑바탕이다. '정갈한 밥상' 같은 『바람香』은 장고를 해외에 알릴 좋은 브랜드 상품의 기능을 한다. 단출하게 차린 극진의 춤이 차기 무용 창작의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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