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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 어디까지… 엔화환율 달러당 118엔 달성 기대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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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 어디까지… 엔화환율 달러당 118엔 달성 기대감 여전

美세제개편·연준 금융 정상화·북한 리스크가 열쇠

지난주 달러당 114엔대였던 엔화환율이 113엔대 중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연내 달러 약세 국면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엔화환율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재료가 미 세제개편·연준 금융 정상화·북한 리스크로 집약되는 가운데 시장이 기대하는 달러당 118엔대 약세 장이 올지 주목된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지난주 달러당 114엔대였던 엔화환율이 113엔대 중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연내 달러 약세 국면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엔화환율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재료가 미 세제개편·연준 금융 정상화·북한 리스크로 집약되는 가운데 시장이 기대하는 달러당 118엔대 약세 장이 올지 주목된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트럼프 행정부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일본 외환시장이 연내 달러당 117~118엔대의 엔화 약세 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쌓였다.

물론 전제 조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핵심정책인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세제개혁안을 연내 실행할 경우다.
엔화환율은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며 세제개혁안과 재정정책 확대 등 친(親)성장정책 기대감에 달러당 108엔대에서 한 달 만에 118엔대로 뛰었다.

하지만 이내 정책 불확실성과 북한 리스크, 미국과 유럽의 금융정책 불확실성 등 단기 환율 변동 요인이 발생하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에 문제가 제기,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는 초강세를 보였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엔화환율은 4월 달러당 108엔대, 6월 110엔대를 찍은 후 7월에는 114엔대를 찍기도 했지만 또 하락하며 지난 9월 초에는 연내 최저치인 달러당 107엔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회복·뉴욕증시 강세·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추가 금리인상 전망에 연초부터 이어지던 달러 약세 기조에 변화가 일며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세제개편안 통과 지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뉴욕증시는 강세를,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소폭 상승세다.

◇ 엔화환율 열쇠… 미국이 쥐고 있다
엔화환율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미국의 세제개혁이다.

9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20%로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규모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향후 10년간 감세 규모는 2조2000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는 고스란히 국가 부채로 남게 된다.

특히 세제개혁안에 대해 상·하 양원이 다른 법안을 공개하면서 세제개편 연내 실현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공화당 하원은 이번 주 본회의를 열고 세제개혁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원이 법인세 인하 시기를 2019년으로 1년 연기하자는 안을 내놓으며 상·하원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의회에서 세제개혁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법인세 인하는 2019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프랑스 최대 상업은행 크레디 아그리꼴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면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며 “감세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지도 주목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미 연준만 금융정책 정상화 방침을 ‘확실히’ 밝혔다는데 주목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부터 월간 채권매입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방침을 밝혔지만 기간은 내년 9월까지 9개월 연장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완화적 금융환경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지난달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저금리로 내수 경기를 살린다며 단기정책금리(기준금리) ‘-0.1%’, 장기금리 ‘제로(0)% 정도’의 현행 금융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것.

내년 2월 새로운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 취임한 후 금융완화 재개 움직임이 일며 엔화는 강세를, 달러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본 외환시장은 일단 12월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엔화가 약세 국면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화 약세의 마지막 관문은 ‘트럼프의 입’에 달렸다.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북한과 무역 등에 대한 중대 발표를 한다고 전해진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말미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2개월간 도발을 중단한데다 트럼프 대통령도 순방 기간 중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며 대북 문제가 대화 국면을 맞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역시 지난 10일 “대북 소통 채널이 2~3개 가동되고 있다”며 국면 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단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져 북한 리스크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전자산인 엔화는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되기 쉽다.

미국의 세제개혁안 연내 통과, 미 연준의 12월 금리인상으로 트럼프노믹스가 실현돼 ‘트럼프 랠리 2막’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일본 외환시장. 북한 리스크까지 해결돼 연내 달러당 118엔대의 엔화 약세 장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