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영은 ‘생산이 곧 판매’라는 등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제조(판매)회사와 유통회사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전쟁은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가격파괴와 구조파괴, 멀티미디어판매 부상과 업종•업태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약육강식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필자는 아직도 중소유통업을 살리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동네상권을 지키는 전국 20만 자영슈퍼들이 과연 글로벌경쟁에서 그 가족과 가정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정부는 때가 되면 중소상인과 지방경제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막상 만들어지는 유통정책과 시행과정, 결과를 보면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유통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업태별 차별화전략에 의한 입법절차가 부족한 상황에서 할인업태의 도심허가는 별로 어려운 과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대형 유통기업은 물론, 중소유통산업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동네상권을 지키던 자영업자들이 할인업태들에 의해 비참하게 무너지는 상황에서 소위 할인업태(홈플러스, 롯데마트, E-마트 등)들은 매출이익에 비하여 비싼 땅값에 의한 투자비용과 각종 세금, 비싼 인건비와 운영비용, 그리고 시설운영비용 등 백화점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판매관리비 지출로 인해 경영압박에 시달리게 되었다. 어쩌면 갑의 횡포가 시작된 것도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봐야 한다.
동네상권을 두고 대형 유통기업과 소기업•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유통기업 간의 갈등과 긴장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중소유통활성화를 위해 협업화•공동화•조직화에 의한 구조개혁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폐업 증가와 지원정책도 외면을 받고 있다. 개미군단들의 다양한 니즈를 하나로 뭉쳐서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실로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소매점만족에 실패한 것이다. 필자는 전용면적 40평이면 저비용 운영(LCO)으로 원스톱쇼핑의 한계를 극복하여 매일 저가격 판매(EDLP)와 수준 높은 고객만족서비스로 ‘작은 것이 아름답고 경쟁력이 있는 점포’ 집단으로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세계 유통생태계를 재편해 선두로 달려가는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마 마윈 회장의 혁신성장의 기업가정신을 생각해 본다. 하루 28조원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600만개의 동네슈퍼를 온•오프라인과 모바일•인공지능(AI)으로 융합하여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빅 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등 첨단 정보기술(IT)에 의한 상권 분석과 제품 배열서비스, 저렴한 가격할인까지 받을 수 있는 ‘알리바바 생태계’로 편입하여 생산•유통•판매 등 전체산업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목표가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 중소유통업 생존을 위해서는 네트워크(Net-Work)구축이 전제되어야 하며, 선진 종합도매물류시스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전문가연구와 도입 노력이 필요하다.
임실근 객원 논설위원(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