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직장인 2명 중 1명꼴로 ‘사내 폭행’…일부는 ‘성폭행’ 피해도

공유
2

직장인 2명 중 1명꼴로 ‘사내 폭행’…일부는 ‘성폭행’ 피해도

폭행 피해자의 53.8% ‘언어적 폭행’에 몸서리…일부는 ‘심한 구타’나 ‘성폭행’ 피해 입어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9.3%는 사내에서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인크루트 이미지 확대보기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9.3%는 사내에서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인크루트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직장인 2명 중 1명은 일터에서 폭행을 당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 일부는 심각한 수준의 구타를 당하거나, 신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성적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전국 직장인 565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폭행 경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설문 조사에서 직장에서 폭행을 당한 적 있었다고 털어 놓은 응답자는 무려 49.4%로, 그 중에는 욕설, 인신모독, 성적농담, 성희롱 등의 ‘언어적 폭행’을 경험했다고 밝힌 직장인이 5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따돌림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응답자와 ‘경미한 수준의 폭행’을 당했다는 구직자가 각각 18.2%로 나타났으며, 일부의 사례였지만 ‘심각한 수준의 구타(4.1%)’나 ‘신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성적 폭행(3.1%)’을 당한 적 있다고 고백한 이들도 있었다.

폭행의 가해자는 ‘직속상사(52.9%)’가 가장 많았고, ‘(타 부서장을 포함한) 타 부서 직원’이 16.2%로 그 뒤를 이었다. 소속 부서의 ‘부서장’에게 폭행을 당한 직장인들도 15.9%의 비율을 차지했다. 가해 상대방은 대체로 남성(78.3%)인 경우가 많았으나, 21.7%는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사내 폭행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내 폭행의 상당수는 ‘업무 상 발생한 이슈’를 빌미로 자행됐다. ‘근무 초기 시 업무 미숙으로 인한 인신모욕’은 물론이고, 한 응답자는 "(폭행 가해자가) 거래처와 (응답자 본인이) 통화하는 걸 듣다가 답답하다면서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응답자는 "(가해자) 본인 업무가 원활하지 않음에 대한 화풀이로 폭언을 일삼았다"고 했으며 "매출에 대한 압박 및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는 폭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업무’를 빌미 삼는 것 외에도 ‘개인성격’ 또는 ‘별 다른 이유 없이’ 폭행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 직장인은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부하직원의 과실여부와 상관없이 행해진다”는 말로 이들의 사내폭행 가해자의 실태를 압축했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직원과 함께 술 마시며 놀았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를 추론한 응답자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이유가 있겠나’, ‘그냥 맘에 안 든다고’, ‘이유를 모르겠음’ 등의 답변을 내놨다.

성별이나 연령은 물론, 학벌·직급·신체적 차별이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대부분이었다.

‘고졸이라서’, ‘직급이 낮아 만만하게 생각해서’, ‘후배라는 이유로’라는 답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응답자는 “같은 일을 해도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여자는 이래서 안돼’ 라는 등의 성차별적 언어폭력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는 “건강 이유 때문에 술자리에서 술을 못 마시는데, 돌아가신 아버님까지 모욕을 당하고 (본인은) 심한 구타까지 당했다”고 털어놨다.

폭행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상당수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58.9%)’고 고백했다. ‘주변인들에게 알렸다’고 답한 직장인들은 그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 21.5%에 그쳤다. ‘직장 내 신고(7.1%)’, ‘경찰서 신고(2.4%)’, ‘노동청 고발(2.0%)’ 등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대처를 한 경우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한 응답자는 ‘녹음 및 자세한 사항을 기록 중이다’고 답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적극적으로 반항하기보다는 퇴사, 묵인 등 소극적인 반응이 많았다.

타 동료의 피폭행을 목격한 적 있다고 밝힌 직장인들(전체 응답자의 38.3%) 역시 ‘주변 상사/동료들에게 알리거나(20.2%), ‘적극 만류/중재(11.6%)’하는 식으로 대처했다기보다는 ‘모른 척했다(40.8%)’고 밝힌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들은 ‘다 당하는 거라 가만히 있었다’, ‘서로 똑같은 걸 당하는 상황이기에 어차피 대처 못할 걸 그냥 넘어갔다’, ‘어쩔 수 없이 나중에 위로만 했다’고 고백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결과를 보면 업무 효율성 혹은 조직문화 정착을 빌미로 자행되는 폭행 사례가 의외로 많은 것 같아 놀랐다”며 “'갑의 지위'를 이용한 직장 내 폭력 문제 근절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한 때다”라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