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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절박해서 집중하거나,재미있어서 자유롭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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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절박해서 집중하거나,재미있어서 자유롭거나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주말 두 편의 아트영화를 봤습니다. “파울라”와 “러빙 빈센트”입니다. 편견을 깨고 최초의 여성 화가로 기록된 파울라나. 가난과 고독을 이겨내며 수많은 명작을 남긴 고흐, 모두 열정을 빼면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요절한 제임스 딘마저도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문득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영화 제목도 떠오릅니다. 열정만으론 살기 어려운 시대를 만난 걸까요? ‘열정적 위로’라는 책도, ‘열정페이’라는 말도 떠오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쯤 열정적으로 쏟아내는 건배사도 1년을 버텨 온, 다가올 1년을 지탱해 줄 ‘열정’에 대한 헌사들입니다. ‘열정’이 사는 데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고 살기 어려운 팍팍한 세태의 반영일 겁니다. 맞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열정은 인류가 축적한 업적의 정신적 소산입니다. 그러나 벽을 문이라 하고 돌진한다고 해서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지요. 하다못해 ‘열려라 참깨!’라고 주문이라도 외쳐야 합니다.

◇몰입에서 오는 집중력의 정체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격한 돈키호테는 좌충우돌 실패를 거듭합니다. 합목적성과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효과와 효율이 기본인 프로 비즈니스맨의 세계에서 열정은 목적에 부합하는 의도된 열정, 통제된 열정이어야 합니다. 일의 배경과 근원을 따져서 어느 곳에 어떻게 열정의 에너지를 배분할지 고민해야 합니다.또 지나치게 순수한 열정은 추진력이 약해서 중도 탈락의 위험이 있습니다. 열정에 현시적 욕구를 가미시켜야 합니다. 승진과 같은 개인의 꿈이나 최고가 되겠다는 명예욕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조직에서 선의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열정의 인자는 몰입감입니다. 몰입감은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어떤 대상이나 일에 대해 빠져든 상태입니다. 몰입의 특징은 시간이 갈수록 지치지 않고 에너지가 샘솟는다는 것입니다. 몰입감을 얻는 두 가지의 방법을 소개합니다. '절박함(desperate)'과 '재미(interest)' 입니다.

◇월드컵 4강 신화와 남한산성


2002년 월드컵 4강의 신화는 절박함의 승리입니다. 체력이나 실력이 포르투갈과 스페인과 이탈리아보다 앞섰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승리는 영화 남한산성에서 보았듯 긴 세월, 외세에 눌려 수모를 당하고 지금도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기에 한 번쯤 그들을 이겨봐야겠다는 절박함에서 오는 집중력과 몰입의 힘이었습니다. 그런 국민적 에너지가 그들에게 열정적 에너지를 퍼부었던 것이죠. 경영어록에 '실패에서 배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패는 절박함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미치지 않고선 미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도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위인들의 전기도 시련의 담금질로 점철된 역사입니다. 절박함은 간절함을 낳고 결국 놀라운 성과로 이어집니다.

얼핏 절박함과 상반된 개념으로 보이는 ‘재미’ 또한 몰입의 다른 이름입니다. 엄마가 부를 때까지 골목길에서 땀 흘리며 놀던 유년시절을 기억해 보세요. 재미가 있어야 스스로 빠져듭니다. 빅 아이디어도 엄숙함에서 벗어나 마음 맞는 동료들과 재미있게 웃고 떠드는 순간 탄생합니다. 무아지경의 재미는 머릿속의 데이터나 정보의 결합력을 높여 아이디어 연상력을 증폭시킵니다. 공자가 지식이 많은 사람 보다 즐기는 사람이 으뜸(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이라 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지성같은 스포츠 스타들도 다만 즐기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하는 것이죠. 기업에서 놀이터같은 일터를 만드는 것도, 게임같은 회의문화를 도입하는 것도 경직성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재미에서 오는 창의적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열정 드라이빙을 위하여


열정은 그저 불사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전거와 같습니다. 핸들이라는 의도된 방향성을 단단히 쥐고 앞바퀴의 순수한 열망과 뒷바퀴의 현시적 갈망을 균형있게 맞추되 , 체인을 돌려 앞으로 나갈 몰입감을 얻기 위해 한쪽으로는 절박한, 또 한쪽으론 재미라는 페달을 번갈아 저어가는 것. 물론 안장 위의 주인공은 뜨거운 당신의 심장, 바로 열정입니다.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긴 인생 아름다운 우리들의 열정 드라이빙을 위하여 건배.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