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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임소현 기자] '돕바'에서 '롱패딩'으로… '공동구매 저렴이'는 왜 고가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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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임소현 기자] '돕바'에서 '롱패딩'으로… '공동구매 저렴이'는 왜 고가가 됐나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롱패딩 열풍 조짐은 지난해부터다. 당시 일부 업체가 내놓은 롱패딩은 인기 라인부터 진작에 매진됐다. 신상 롱패딩을 사려면 다른 지역 매장으로 사이즈를 주문하는 등 나름 ‘기다림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같은 롱패딩 열풍에 올해 패션업체들은 줄줄이 롱패딩을 내놨다. 롱패딩을 판매하지 않았던 업체들도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했고 지난해 롱패딩 열풍을 이끌었던 업체들은 물량을 대폭 늘렸다. 심지어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후아유는 지난 6월부터 프리미엄 롱다운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 같은 롱패딩 열풍은 초기엔 많은 우려도 남겼다. 다른 외투에 비해 고가이다보니 지난해 롱패딩을 마련했던 소비자들은 올해 또 롱패딩을 구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롱패딩 열풍이 올해까지 이어질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롱패딩 열풍이 여전하더라도 물량을 대폭 늘린 업체들의 목표량을 채울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패션 트렌드가 너무 빨리 변하다보니 롱패딩 열풍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재고 더미에 올라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를 가볍게 뒤집고 현재 롱패딩 열풍은 지난해보다 한층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패션 업체들은 올 겨울 유난히 기온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롱패딩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잡고 모델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롱패딩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역할을 했다.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평창 롱패딩’은 온라인에서 순식간에 매진되고 오프라인 판매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롱패딩은 그 전에는 일부 집단의 소속감을 표현하는 의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됐다. 이른바 ‘돕바(반코트로 순화)’라고 불리며 야외 활동이 많은 대학교 학과나 운동팀 등 단체에서 활동복으로 함께 맞춰 입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일부 집단에서 단체복 용도로 사용돼온 롱패딩이 국민 전체의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패션업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급격하게 성장한 트렌드인 만큼 ‘신(新) 등골브레이커’, ‘롱패딩충’ 등 우려 섞인 분위기 역시 없지않다.

대학생 김가은 씨(가명)는 “예체능계이다 보니 학과에서 맞춰 겨울마다 롱패딩을 걸치고 다녔지만 올해처럼 롱패딩 열풍이 분 것은 처음이다”며 “그 전에는 (롱패딩을) 내놓는 브랜드도 많지 않았는데 이젠 롱패딩이 없는 브랜드를 찾기 힘들 만큼 확실히 인기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같은 대학생한테 롱패딩은 저렴하게 공동구매로 따뜻하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너무 고가가 되면서 롱패딩이 빈부격차 같은 다른 문제를 양산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롱패딩 열풍이 안고 있는 우려는 그만큼 롱패딩 열풍이 패션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침체돼 있던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도 충분히 반가운 일이다. 다만 무분별한 경쟁과 마케팅은 위험해 보인다. 롱패딩 효과가 영원할 수 있을까. 일단 속도전에 들어가면 내리막길에서 멈추기 어려운 법이다. 국내 패션업계는 이미 아웃도어에서 씁쓸한 내리막길을 걸어보지 않았는가.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