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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유커①] [르포] 롯데면세점 북새통 "韓화장품 없어서 못 팔아… 대기만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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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유커①] [르포] 롯데면세점 북새통 "韓화장품 없어서 못 팔아… 대기만 20분"

다시 생겨난 대기 줄,입소문 한국 화장품… 주문서 작성해야 구매 가능
면세점업계, “사드 위기에도 보따리상 효과 톡톡”

21일 오후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 12층에서 만난 주이칭 씨(32)는 양손으로 들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장품을 구매하고도 또 다른 매장 앞에서 줄을 섰다. 구매한 화장품 박스 수를 세보니 무려 40개. 주이칭 씨는 한국브랜드 화장품을 좋아해 쇼핑을 하러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1일 오후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 12층에서 만난 주이칭 씨(32)는 양손으로 들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장품을 구매하고도 또 다른 매장 앞에서 줄을 섰다. 구매한 화장품 박스 수를 세보니 무려 40개. 주이칭 씨는 "한국브랜드 화장품을 좋아해 쇼핑을 하러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진=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후·설화수·헤라 화장품과 AHC마스크팩을 구매했습니다."

21일 오후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 12층에서 만난 주이칭 씨(32)는 양손으로 들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장품을 구매하고도 또 다른 매장 앞에 줄을 또 섰다. 구매한 화장품 박스 수를 세보니 무려 40개. 주이칭 씨는 "한국브랜드 화장품을 좋아해 쇼핑을 하러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중 양국이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경색된 관계가 빠르게 정상궤도로 회복되고 있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 방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증가하면 면세점 매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시내면세점도 늘어난 보따리상의 방문으로 연일 북적이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 다시 생긴 대기 줄 "없어서 못 팔아요"

21일 오후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의 모습. 한 중국인 관광객이 같은 화장품 수십 개를 구매한 모습이다(왼쪽). 색조 화장품 브랜드 맥(MAC)에서는 추가 주문이 어렵다는 안내문(오른쪽)을 붙이기도 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1일 오후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의 모습. 한 중국인 관광객이 같은 화장품 수십 개를 구매한 모습이다(왼쪽). 색조 화장품 브랜드 맥(MAC)에서는 추가 주문이 어렵다는 안내문(오른쪽)을 붙이기도 했다. 사진=한지명 기자.
사드 배치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던 롯데면세점의 풍경이 달라졌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불매운동이 퍼지고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중국 지역의 IP를 사용한 디도스 공격을 받는 등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가 잇따랐던 것과 정반대의 분위기다.

21일 오후 방문한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화려한 백팩과 캐리어를 끌고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인기 화장품을 사서 중국에 팔려는 보따리상(따이공‧代工)들이다.

이들은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면세점 이곳저곳을 누볐다. 대부분 한국에 오기 전 미리 구매해야 할 상품 목록과 사진들을 스마트 폰과 수첩에 담아왔다.

일부 매장에서는 추가 구매가 어렵다는 중국어 안내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해외 유명 색조 화장품 브랜드 맥(MAC) 매장 벽면에는 “구입 물품을 주문서에 쓰고 줄을 서서 기다려 계산해야 한다”며 “상품 수량이 한정적이라 한 번 줄을 선 다음엔 추가 주문이 어렵다”는 설명이 적혔다. 직원은 매장 앞에서 종이와 펜을 들고 관광객이 살 물품명을 적고 있었다.
진풍경도 연출됐다. 곳곳에서 너무 많은 상품을 사는 보따리상 때문에 포장 작업에만 수십 분이 소요됐다. 직원이 손수레에 창고에서 물건을 갖고 오기 무섭게 또 다른 직원은 상자에서 물건을 꺼내 포장지로 감싸 쇼핑백이 터질 듯 집어넣었다.

◇"입소문 난 한국 화장품, 주문서 작성해야 구매 가능"


롯데백화점 1층 주요 엘리베이터 앞에는 인기 화장품 ‘후’의 주요 선물세트 2종의 샘플이 유리장에 전시됐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 ‘후’, ‘설화수’는 특별히 자체 제작된 주문서를 직원을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롯데백화점 1층 주요 엘리베이터 앞에는 인기 화장품 ‘후’의 주요 선물세트 2종의 샘플이 유리장에 전시됐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 ‘후’, ‘설화수’는 특별히 자체 제작된 주문서를 직원을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사진=한지명 기자.
롯데면세점도 적극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했다. 롯데백화점 1층 주요 엘리베이터 앞에는 LG생건의 ‘후’ 선물세트가 유리장에 전시됐다. 중국어로 화장품 세트 구성과 가격이 쓰여 있어 지나가는 중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 ‘후’, ‘설화수(아모레퍼시픽)’는 특별히 자체 제작된 주문서를 직원을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인기 화장품 세트 및 개별 화장품을 표시하고 구매를 원하면 물품에 체크를 하고 카드와 현금 중 결제방식을 선택하도록 안내해 놓았다. 직원은 “결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본사에서 주문서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화장품 및 선글라스, 패션 및 명품 매장은 사라졌던 대기줄(라인)이 생겨났다. 직원은 “물건을 구매하려면 최소 2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현찰을 갖고 온 손님들이 많아서 계산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업계, “사드 위기에도 보따리상 효과 톡톡”


21일 방문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이곳에도 보따리상이 방문해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1일 방문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이곳에도 보따리상이 방문해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다. 사진=한지명 기자.
면세점 업계는 사드 위기 속에서도 보따리상 효과 등으로 매출이 늘면서 이익도 개선됐다. 실제로 면세점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거나 흑자로 전환한 업체가 다수다. 일부 업체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지만 폭은 크게 줄었다.

업계 안팎에서는내년 상반기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유커)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유입돼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면세점은 상황 추이 등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관계자는 “실제로 따이공들이 일정하게 (강북)면세점을 돌기 때문에 매출이 큰 폭으로 회복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유커 방문이 다시 재개된다 해도 항공편 확보, 여행상품 제작 등 면세시장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유커 대상 프로모션을 다시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를 앞두고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대대적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신라면세점은 주요 인기 브랜드를 최대 60%까지 할인하는 ‘레드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