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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황금알 거위' 크루즈산업을 육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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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황금알 거위' 크루즈산업을 육성하라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
육지의 번잡함을 잊고 망망대해를 누비며 떠나는 크루즈 여행. 한가로운 시간의 파도에 자신을 맡긴 채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즐기는 일광욕, 선상에서 즐기는 파티와 콘서트 등은 낭만 그 자체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

해상의 특급 리조트로 불리는 크루즈선을 타고 펼치는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크루즈선이 지나가는 기항지는 관광효과와 함께 지역경제를 살린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크루즈산업에 대해 불모지나 다름없다.
세계 크루즈가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는 크루즈 인구가 전체 인구의 3%인 1000만명을 넘어 섰으며, 크루즈 산업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남미, 호주에서 크루즈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웃나라인 일본의 크루즈 인구는 전체 인구의 0.1%인 20만명이다. 미국 크루즈 인구 3%와 비교하면 아직도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크루즈 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10조원, 1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크루즈산업과 연계된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합하면 20조원, 15만명의 고용창출로 훨씬 늘어난다.

일본의 외국인 여객수(방일 크루즈 여객수)는 2015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한 후 2016년 전년 대비 78.5% 증가한 199만2000명, 크루즈 선박 기항 횟수는 전년 대비 38.7% 증가한 2017회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방일 관광객이 20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크루즈를 통한 관광객은 약 200만명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방일 크루즈 여객수의 증가에 고무되어 ‘내일의 일본을 지탱할 관광비전’에서 오는 2020년에는 5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최근 ‘항만법’을 개정, 요코하마항 시미즈항 야시항 등 6개항을 국제 여객선 거점 형성 항만으로 지정했다. 일본이 서비스산업인 크루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항만을 정비하고 외국인 비자발급 요건 완화, 입국심사 신속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웃나라 일본이 자국에 크루즈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동안 구경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집념의 한 한국인이 크루즈 국적선을 띄우기 위해 지난 10년간 노력한 결과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일본보다 뒤늦게 출발하지만 신선한 발상과 과감한 개혁을 한다면 전혀 다른 전개 양상을 펼칠 수도 있다.
크루즈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먼저 관광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루즈를 통해 입국했을 때 주변 관광지와 연계된 관광상품, 지역 문화와 음식, 면세점 쇼핑 등 쉽게 즐길 수 있는 관광 인프라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는 정부의 과감한 규제개혁이다. 외국인 비자 발급 요건 완화는 기본이고 입국심사 간소화, 크루즈선 국적선 운항에 필요한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는 정부의 안이한 판단으로 크루즈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뼈아픈 경험이 있다. STX조선 매각에 급급한 나머지 세계 크루즈선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STX유럽을 매각하며 크루즈선 산업 진출의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크루즈선 시장이 2015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포착되었으나 정부가 STX유럽 매각에만 집중한 탓이다. 이 같은 경험을 교훈 삼아 망망대해에 크루즈 국적선이 운항되는 걸 계기 삼아 본격적인 크루즈산업 육성에 나서야 할 때다.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