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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한미 FTA 재협상 공청회 유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책임과 농민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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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한미 FTA 재협상 공청회 유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책임과 농민 시위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공청회가 12월1일 열린다.  농민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상당한 반대가 예상된다. FTA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를 거쳐야만 재협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한미 FTA 가 재협상까지 이르게된 데에는 정치지도자들과공무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의 기술이 돋보인다. 김대호 박사의 경제진단이다.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공청회가 12월1일 열린다. 농민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상당한 반대가 예상된다. FTA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를 거쳐야만 재협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한미 FTA 가 재협상까지 이르게된 데에는 정치지도자들과공무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의 기술이 돋보인다. 김대호 박사의 경제진단이다.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경제학 박사]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이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 온 무역 보호주의의 칼날이 드디어 한국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있으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는 한국과의 FTA를 콕 집어 “대표적 불공정한 협정” 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실제로 집권한 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 측은 이 같은 트럼프의 기자회견에 대해 두 나라 정상이 한-미 FTA의 성과를 검증해보기로 한 것일뿐 개정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 한 적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김현종 통상교섭 본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면서 슬그머니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미국 측에 동의를 해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와 국회 보고절차 등을 남겨놓고 있으나 한미 FTA 재협상은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져가고 있다.

FTA 재협상의 방향도 우리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FTA 협정을 손보자고 한 이유로 한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미국의 적자가 미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인해 주오 야기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상무부도 공식 보고서에서 인정한 바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상무부는 그나마 FTA 덕분에 미국 적자가 줄어들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한-미 FTA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측에 더 유리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적자를 줄여보겠다는 취지이다. 그런 만큼 이번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 측의 파상공세는 불을 보듯 자명한 것이다. 어차피 개정 협상을 하는 마당에 그동안 우리 측에 불리하게 적용되었던 조항도 손을 볼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지만 이미 협상의 기선을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는 재협상으로 새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는 반면 손해가 늘어날 요소는 지천에 늘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잘 해도 본전을 건지기 아주 불리하고 아주 어려운 곤혹스러운 게임이다.

일이 이처럼 불리하게 꼬인 데에는 우리 통상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역대 우리 정부는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안겨다준 긍정적 효과를 침소봉대한 측면이 없다. 좋은 측면만 과장해서 포장한 것이다. 그러한 과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경제장관회의  모습 김부겸 행자부 장관 김동연 기재부 장관 겸 부총리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지 확대보기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경제장관회의 모습 김부겸 행자부 장관 김동연 기재부 장관 겸 부총리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의 모습이 보인다.


한-미 FTA를 처음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다. 노정부는 FTA를 마무리 짓지는 못했다. 두 나라 간의 이견이 적지 않았던 데다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까지는했지만 통과시키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의 뒤를 이은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한-미 FTA를 밀어붙였다. 너무 서둔 나머지 추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농민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노무현 대통령 때 만든 초안보다 훨씬 더 불리해졌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그때 야당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 일부는 FTA 비준안 통과를 주도한 한나라 당 홍준표 의원 등을 향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강행했다.

한-미 FTA는 숱한 우여곡절 끝에 2012년 3월15일 정식 발효되기에 이른다.

야당과 상당수 국민의 반발 속에 시작한 것인 만큼 이명박 정부로서는 FTA 시행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 결과가 잘못되면 국민의 반대를 무릅 쓴 무모한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형국이었다.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 시행 후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해 나갔다. 그 다음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와 뿌리가 같았던 때문인지 한-미 FTA에 대한 찬사 기조를 이어갔다.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그동안 나온 분석은 주로 한-미 FTA 체결 이후 두 나라의 교역이 얼마나 늘어났느냐 또 무역수지가 어느 정도 개선 또는 악화되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우선 두 나라의 교역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교역이 모두 늘어났다. 두 나라의 합산 교역량도 대폭 증가했다. 교역 규모 면에서는 한-미 FTA의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역규모가 늘어난 것이 과연 한-미 FTA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변수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다. 엄격하게 구별할 수단도 없다. 교역이 느는 것이 꼭 두 나라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무역수지 변동은 분석이 더 어렵다. 일단 나타난 결과만 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연간 100억달러 내외 200억달러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적자가 두 배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두 배 확대 된 사실을 적시하면서 한미 FTA 협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를 재협상하자고 요구한 논리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그럴까? 트럼프의 주장은 FTA를 하면 두 나라 모두 무역수지가 개선되어야 좋은 것이라는 가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수지란 쌍방의 거래 결과이다. 어떤 한 나라의 무역수지 흑자는 또 다른 한 나라에는 반드시 적자로 이어진다. 두 나라 모두 수지가 개선되는 방법은 없다. 바로 이런 면에서 트럼프의 한-미 FTA 개정 요구는 논리적이지 못하다. 아니 아주 명백하게 틀린 것이다. 한-미 FTA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국제수지가 악화되었지만 만약 FTA가 없었다면 미국의 적자폭이 지금보다 더 커졌을 수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펜실베이니아 대학 유펜스쿨 경제학과 졸업생이자 비즈니스로 큰돈을 번 트럼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그냥 우기는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가 말하는 협상의 기술이다. 자신이 손해를 보았다고 강조함으로써 더 큰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한-미 FTA의 경제적 득실을 정확하게 측정해내기는 어차피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판에서는 엄살을 많이 떠는 쪽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트럼프와 반대로 처신해왔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반대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또는 자신의 정치적 치적을 크게 포장하려고 한-미 FTA의 성과를 과대 포장해 왔다. 농민들의 기반이 무너지건 말건 국제투자자 소송의 재판권이 해외로 넘어가든 개의치 않았다. 오로지 유리한 두 개의 지수 즉 교역량과 무역 흑자 확대 폭을 주로 근거로 하여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침소봉대해 온 것이다. 한-미 FTA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정치 지도자들 지적처럼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었을 수 있다.
TPP 반대 시위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TPP 반대 시위 모습


우리가 도움을 받았다고 상대방인 미국이 손해를 보았다고 바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 무역수지는 제로섬이지만 다른 거시경제지표는 다르다. 즉 일자리 성장률 물가 등은 윈-윈이 가능하다. 거시경제 전반을 놓고 보면 한국과 미국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FTA는 대한 평가는 이처럼 다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스스로 이익을 보았다고 자화자찬을 해 온 반면 미국은 손해를 보았다고 엄살을 떨고 있다. 이는 앞으로 있을 협상에서 바게닝 파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입지를 더 불리하게 만들어 온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이 실로 크다.

청산해야 할 적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댓글공작뿐 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연다.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정협상을 시작하려면 우선 공청회부터 열어야 한다. 1차 공청회는 농민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엄격한 잣대로 보면 12월 1일 공청회가 사실상 첫 공청회다.

자화자찬으로 일관하여 국익에 손상을 주어온 그동안의 정부 행태에 대해서도 이번 공청회에서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김대호 대기자/경제학 박사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