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칼럼] 대입 수능 국어에 환율 문제 무더기 출현… 오버슈팅의 경제학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경제학박사] 대입 수능에서 환율 문제가 대거 출제됐다. 그것도 사회탐구가 아닌 국어 과목에서 환율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가 다량으로 나왔다.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환율이 이 시대 매우 중요한 화두로 올랐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동안 수능에서 환율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았다. 워낙 복잡해 경제나 경영 전공 희망자가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 이었다.그러나 어느 사이 환율은 전공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 등이 알아야하는 필수의 지식이 된 것이다. 환율을 모르고서는 대학공부를 하지 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8년 수능 국어에서 출제된 환율관련 문항은 모두 6개다. 홀수형 문제지를 기준으로 할 때 27번부터 32번까지의 6문항이 환율에 관한 기본지식이 없으면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수능 국어의 문항이 모두 45개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만 언어영역의 13.3%가 환율 문제인 것이다.

수능 국어는 우선 지문을 통해 오버슈팅(overshooting) 에 대해 설명 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버슈팅이란 경제에 어떤 충격이 가해졌을 때 상품이나 금융자산의 시장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폭락하여 장기균형가격에서 벗어나거나, 단기균형가격의 변동이 장기균형가격보다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상품이나 외환의 수급상 급격한 변동에 의해 공급이 비탄력적이거나 시장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 보다 더 쉽게 말하면 상품이나 금융자산의 시장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 폭락하는 현상을 뜻한다.

환율의 오버슈팅이란 통화가 늘어날 때 환율이 균형수준 이하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크게 떨어진 환율은 시장의 조절기능에 따라 다시 조금씩 상승하여 새로운 균형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번 수능 국어문제문항 27번은 오버슈팅의 개념과 오버슈팅 이후 환율이 새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집중적으로 묻고 있다. 오버슈팅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묻고 있다. 국내 통화량이 증가하여 유지될 경우 장기에는 실질 통화량이 변하지 않으므로 장기의 환율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라는 ①번이해는 틀린 해석이다. 왜냐하면 장기의 환율은 새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지 변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가가 신축적인 경우가 경직적인 경우에 비해 국내 통화량 증가에 따른 국내 시장 금리 하락 폭이 작을 것이다 는 ②번의 해석은 정확하다. 물가가 신속하게 변하면 오버슈팅이 생길여지는 그만큼 적어진다. 사실 오버슈팅은 수능 지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물가가 통화량에 따라 신속하게 변하지 않을 때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가 경직성에 따른 환율의 오버슈팅은 물가의 조정 속도보다 환율의 조정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는 ③번도 2번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환율의 오버슈팅이 발생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시장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오버슈팅 정도는 커질 것이다는 ④번 도 맞는 해석이다. 국내분아니라 외국 투자자들까지 연루되면 변동폭을 클 수밖에 없다. 환율의 오버슈팅이 발생한 상황에서 물가 경직성이 클수록 구매력 평가설에 기초한 환율로 수렴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는 ⑤번의 해석 역시 물가의 신속한 변화가 오버슈팅을 해소하는 열쇠라는 점에서 지문과 같은 취지이다.
수능 국어 문제 중 환율 문제는 28번 29번 30번 31번 그리고 32번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28. ㉮를 바탕으로 정책 수단의 특성을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다자녀 가정에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 주차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보다 강제성이 높다.

② 전기 제품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학교 급식을 제공하기 위한 재원을 정부 예산에 편성하는 것보다 가시성이 높다.

③ 문화재를 발견하여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주는 것은, 자연 보존 지역에서 개발 행위를 금지하는 것보다 강제성이 높다.

④ 쓰레기 처리를 민간 업체에 맡겨서 수행하게 하는 것은 정부 기관에서 주민등록 관련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직접성이 높다.

⑤ 담당 부서에서 문화 소외 계층에 제공하던 복지 카드의 혜택을 늘리는 것은, 전담 부처를 신설하여 상수원 보호 구역을 감독하는 것보다 자동성이 높다

이 문항의 정답은 5번이다

29. 경제학자 갑’의 견해를 추론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국에 환율의 오버슈팅이 발생한 상황에서 B국의 시장 금리가 하락한다면 오버슈팅의 정도는 커질 것이다.

② A국에 환율의 오버슈팅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금융 시장 변동에 따른 불안 심리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A국에 환율의 오버슈팅이 발생할지라도 시장의 조정을 통해 환율이 장기에는 균형 환율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④ A국의 환율 상승이 수출을 증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동반 하므로 A국의 정책 당국은 외환 시장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

⑤ A국의 환율 상승은 B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의 가격을 인상 시킴으로써 A국의 내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문항의 정답은 5번이다.


30.그래프의 세로축 a, b, c는 [가]의 ㉠～㉢과 하나씩 대응된다. 이를 바르게 짝지은 것은? [3점]

[가]에서 국내 통화량이 t 시점에서 증가 하여 유지된 경우 예상되는 ㉠～㉢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순서 없이 나열한 것이다. (단, t 시점 근처에서 그래프의 형태는 개략적으로 표현하였으며, t 시점 이전에는 모든 경제 변수들의 값이 일정한 수준 에서 유지되어 왔다고 가정한다. 장기 균형으로 수렴되는 기간은 변수마다 상이하다.)

㉠ ㉡ ㉢ ①a c b ②b a c ③ b c a ④c a b ⑤c b a

이 문항의 정답은 4번이다.

31. 미세 조정 정책 수단 의 사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예기치 못한 외환 손실에 대비한 환율 변동 보험을 수출 주력중소기업에 제공한다.

② 원유와 같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품의 경우 해당 상품에 적용하는 세율을 환율 변동에 따라 조정한다.

③ 환율의 급등락으로 금융 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해외 자금 유출과 유입을 통제하여 환율의 추세를 바꾼다.

④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을 때, 수입 대금 지급을 위해 외화를 빌리는 수입 업체에 지급 보증을 제공한다.

⑤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외 금리 변동, 해외 투자 자금 동향 등 환율 변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문항의 정답은 3번이다.

32. 문맥상 ⓐ～ⓔ와 바꿔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동떨어져 ② ⓑ : 드러낼 ③ ⓒ : 불러온다 ④ ⓓ : 되돌아오면서 ⑤ ⓔ : 꾀하는

이 문항의 정답은 2번이다.



대입수능 국어에서 환율 문제가 출제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는 대로 지금은 글로벌시대이다. 먹고사는 문제에서부터 문화생활 그리고 철학 도덕 사상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전체가 연계되어 있다.

한국은 더구나 무역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나라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량이 국내총생산 즉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너무 높은 의존도는 앞으로 낮추어 가야하겠지만 우리 땅에서 원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아 모두 수입해야만 한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제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무역을 하지 않으면 이 추운 겨울 난방용 기름을 사올 수도 없을 것이다.

수출과 수입을 하는 데에는 환율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환율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글로벌의 첫 단계인지도 모른다. 효율적인 환율 관리와 운영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들을 육성하겠다는 2018년 수능 출제위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김대호 대기자/경제학박사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