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1일 올 마지막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연다. 이번 금통위는 화두는 단연 기준금리인상이다.
코스피 코스닥은 물론이고 뉴욕증시 다우지수 일본증시 중국 상하이 지수로서는 숨죽이는 한주가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수년 동안 기준금리를 인하해왔다. 기준 금리인하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2년 6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3.25%이던 기준 금리를 3.00%로 내렸다. 그해 7월과 10월에 또 0.25% 포인트씩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 퇴임 당시의 기준금리는 2.50%였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박대통령은 취임한 지 세 달째인 2013년 5월에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내렸다. 취임초기부터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듬해인 2014년에 와서는 인하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해 8월과 10월 가각 0.25% 포인트 씩 내렸다. 8월과 10월은 불과 두 달 사이다. 두 달 간격으로 계속 기준금리를 인하 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당시 경제 부총리는 친박 최고실세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이었다. 최 의원은 2014년 7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부임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천명했다. 초이노믹스는 이웃 나라 일본의 아베노믹스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일본은 20년 이상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있었다. 유효수요의 부족에 따른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이었다. 그 디플레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고 통화량을 무제한으로 늘린 것이 바로 아베 총리가 추진해온 아베노믹스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아베노믹스에 본인의 성인 최를 연결한 초이노믹스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그 초이노믹스의 가장 큰 수단은 역시 기준금리의 인하였다.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직후인 2014년 8월과 10월에 이어 2015년에도 3월과 6월에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씩 내렸다. 그 결과 2015년 6월의 기준금리는 1.50%로 낮아졌다. 최경환 부총리는 2016년 1월 국회로 돌아갔다.
박근혜정부의 금리인하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2016년 6월 또다시 0.25%포인트를 내렸다. 그 결과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25%로 낮아졌다. 지금의 1.25%라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이병박 박근혜 두 보수정권을 통틀어 모두 8번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다. 그중 이명박 대통령시절에 두 차례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여섯 차례씩의 기준금리 인하가 연이어 단행됐다. 미국이 2013년부터 양적완화를 축소하면서 긴축 쪽으로 선회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다.
한국은행이 만약 11월 30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환경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주체들이 오랫동안 금리인하에만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금리인상이라는 새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준금리가 마지막으로 인상됐던 것은 2011년 6월이다. 2017년 11월 30일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무려 6년 5개월만의 반전이 된다.
한국은행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과거보다 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은 물가와 성장률이다. 구체적으로 물가 목표는 2% 성장률 목표는 3% 내외이다. 이 선을 넘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우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면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긴축 쪽으로 선회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에서 금리인상의 시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 후 오로지 한쪽 방향으로 금리인하 조치만 단행해 온 이주열 총재의 발언으로서는 큰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은 방문했던 국제통화기금 즉 IMF 연례협의단은 기준금리를 올해와 내년에 걸쳐 두 번 올려도 한국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했다. 두 번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해도 여전히 인상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거시경제지표상으로만 보면 벌써 금리인상을 시작했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충격의 관리이다.
지금 경제상황이 설혹 금리인상을 필요로 한다고 해도 경제주체들은 그 변화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미국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이 보인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닛 옐런 의장은 기준 금리 0.25% 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1년 이상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면서 준비할 여유를 주었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두 정부의 오랜 금융완화정책에 물들어 가계부채 만도 1400조원을 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어려운 가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금리인상은 또 기업의 수지에도 부담을 준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금리인상 자체가 아니라 연착륙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지혜이다.
재닛 옐런의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대호 주필/경제학 박사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