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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당뇨병과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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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당뇨병과 음식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당뇨병은 글자 그대로 ‘소변으로 당이 빠져 나가는 병’이다. 당뇨병의 특징은 3다(多) 증상이다. 첫째로 소변 양이 많아지는 다뇨(多尿), 둘째로 물이 부족해 갈증과 함께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다음(多飮), 셋째로 당이 이용되지 못하고 빠져 나가 허기가 져서 음식물을 많이 먹게 되는 다식(多食) 현상이다. 이들 증상 때문에 당뇨병에 걸리면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화를 잘 내게 된다. 예로부터 당뇨병은 부자들만이 걸리는 병이었다. 경제적인 여유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식생활이 변화한 탓에 생기는 병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잘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고 두세 시간이 지난 뒤 혈당이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측정한 값을 혈당지수라 한다. 흰쌀밥, 흰빵, 흰떡 등 부드러운 음식은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이다. 이들에 포함된 전분은 쉽게 소화돼 포도당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이를 먹는 것은 혈당수치를 단숨에 올리는 단순당을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단순당보다 서서히 혈당을 올리는 복합당인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복합당이 풍부한 음식은 현미, 보리, 콩, 율무, 마, 과일, 채소, 미역, 다시마, 김 등이다. 하지만 당뇨병에 특효가 있는 특별한 음식은 따로 없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 당뇨에 좋다고 하는 음식을 집중적으로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저염식, 저열량식을 기본으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음식을 먹어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리에는 베타글루칸이 들어 있는데 물에 녹으면 끈적끈적한 물질로 소장에서 당의 흡수를 지연시켜 혈당의 함량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보리 역시 탄수화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소화가 되면 당으로 변하는 동시에 열량도 높다. 따라서 보리만 지나치게 많이 먹기보다는 소량의 보리에 당근, 버섯, 피망 등 야채를 넣어 보리 수프를 만들어 먹는 것이 더 좋다.

현미는 우리 몸속에서 소화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 따라서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혈당지수가 낮은 현미밥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의 와카야마 의과대학 연구팀은 쌀겨에 포함되어 있는 페룰린산이 당뇨의 발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아자드 바크트 박사는 당뇨환자에게 콩단백질을 섭취하게 한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신장 기능이 향상된 것을 발견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콩이나 콩으로 만든 음식은 혈당수치를 조절하기 좋은 음식이다.

녹차의 폴리페놀 성분은 혈당을 낮춰준다. 녹차는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주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 함량을 높여주어 동맥 경화를 예방한다.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의 스크랜턴 대학의 조 빈슨 박사의 연구팀은 2005년 ‘미국농업식품화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당뇨를 유발시킨 쥐에게 3개월 동안 녹차를 먹인 결과, 혈당치를 크게 낮추었다고 보고했다.

고야는 약간 쓴 맛이 난다. 쓴 맛을 없애기 위하여 두부, 계란, 햄 등과 섞어 먹는다. 고야는 당뇨병과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 상하이중국과학아카데미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야는 혈당량과 내장 비만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모양이 호박처럼 생긴 박과에 속하는 1년생 넝쿨식물인 동아는 대변으로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감소시켜주며 당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마(산약)는 유백색이나 황갈색을 띠며 끈끈한 점질다당류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만난’이라는 다당류로 이루어졌으며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키위, 오렌지, 멜론, 자몽, 수박, 복숭아, 배와 같은 과일을 적당량 먹는 것도 당뇨 예방에 좋다. 다만 같은 과일이라도 포도,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사과와 같이 과당 함량이 높은 것은 주의해야 한다. 얼마 전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은 과일주스를 자주 마시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그들이 7만 여명을 대상으로 18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과일 주스를 하루 한잔씩 마시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18%나 높아졌다. 하지만 주스가 아닌 과일 자체를 하루 3번 먹은 사람은 오히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18%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