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수 100대 기업을 연구한 윌리엄 오하라 미국 브라이언트대 교수는 기업의 1세대를 30년으로 봤다. 기업들은 대개 1세대가 끝날 때 위기를 겪는다는 분석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위기에 대한 해결책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다.
2017년은 삼성에 참 각별한 해다. 지난 11월 17일에는 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30주기 추도식도 진행됐다.
내년에 맞이할 창립 80주년도 의미가 크다. 삼성의 창립기념일은 엄밀히 따져 3월 1일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지난 1938년 3월 1일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상회를 창업했다.
하지만 삼성의 생일은 22일로 변경됐다. 이건희 회장이 1988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기념일을 변경했다. 당시 이 회장은 취임 3개월 만에 ‘21세기 세계 초일류기업’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생일 날짜를 바꿨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도 30여년 전 부친 이 회장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밟을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의 취임 30주년 기념식에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후 내년 창립 80주년 행사 때 ‘제3의 창업’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다.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내년 중 나올 것이란 기대도 있다. 삼성에 1993년 6월 7일은 제2의 창립기념일이다. 이 회장은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삼성을 비롯한 재계에서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를 이끌 이 부회장은 경영일선이 아닌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삼성은 시기를 놓쳤다. 특히 이 회장의 취임 30주년을 기념할 행사조차 열 수 없다. 올해와 내년, 2번의 큰 행사를 치루고 경영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던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암초를 만나 축하 대신 위로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을 거절한 바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이 부회장에게 회장직에 오를 것을 제안했었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혼잡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이 부회장에게 회장 승진을 권유한 것.
당시 이 부회장은 최 전 부회장의 제안을 고사했다. '자식된 도리가 아니다'고 이 부회장은 회장직 거절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