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치솟고 국제유가와 환율 도 요동치고 있다
상원 표결 결과는 찬성 51표, 반대 49표였다. 미국 상원 100명의 의석 중에서 공화당이 52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전원이 반대했다고 가정할 경우 공화당에서 최소 1명의 반대 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앞서 미국 하원은 앞서 트럼프 세제 개혁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상원 통과로 상하 양원 모두 통과했으나 상원과 하원의 세제개혁안 내용이 서로 달라 조정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게 됐다. 미국 의회법상 상하가 동일 주제로 서로 다른 내용을 통과 시켰을 경우 상하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새로 통합안을 만든 다음 한 번 더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시켜야만 의회안으로 확정될 수 있다. 상하 합동위원회가 마련한 통합안이 의회를 최종통화하면 백악관으로 송부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그 때부터 공식 발효된다.
미국 상원과 하원이 각각 따로 통과시킨 상ㆍ하원의 세제 개편안은 개인 소득세의 과표구간과 세율에서 서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법안은 그러나 ‘법인세 최고세율을 20% 로 내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미국의 세제개혁안 즉 세금감면법안은 늦어도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입법절차가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원 통과 직후 "올 크리스마스 선물은 세금감면이 될 것"이라고 장당했다.
미국 의회가 이처럼 세제 개편안을 승인하는 쪽으로 기류가 흐르면서 세계경제도 덩달아 들썩거리고 있다. 세제 개편안을 격하게 반기는 곳은 역시 뉴욕증시이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와 S&P 지수 그리고 나스닥 지수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특히 다우지수는 연일 최고가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세후 순이익은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세후 순이익이 늘면 그만큼 배당액도 증가하게 된다. 뉴욕증시의 수많은 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사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같은 배당 확대 기대 때문이다. 트럼프의 세제 개편안은 적어도 뉴욕증시 입장에서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호재 중의 호재인 것이다.
세제 개편안은 또 국제 외환시장의 환율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세제 개편안은 특히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집중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그 바람에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4일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가 93.04로 떨어졌다. 달러 인덱스란 미국의 통화인 달러화의 가치를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것이다. 이 달러 인덱스가 오르면 미국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것을,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면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미국 연준이 2015년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달러화는 줄곧 강세 기조를 보여 왔다. 금리가 곧 돈의 값인 만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인덱스가 오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달러 인덱스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영향을 받아 한때 102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달러 인덱스는 트럼프가 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이후 조금씩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세제 개편안의 의회 통과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달러가치의 하락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상원이 예산 소위를 넘어 본회의에 상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는 더 떨어지고 있다. 그 바람에 달러화와 반대 관계에 있는 유럽 통화들은 일제히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세제 개편안이 미국 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인건비 부담 축소 등을 이유로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대거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맞물려 있다. 법인세율이 크게 낮아지면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보다 더 유리해질 수 있다. 납부해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줄곧 미국을 떠났던 기업들의 귀환을 촉구하고 있다. 일자리 확대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미국 기업들의 컴백에 목을 걸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에 대해서도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세율을 내리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안을 만든 일차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세율을 다른 나라보다 낮추어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으로 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정책은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외환투자자들은 세제 개편안이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활성화 할 것이라는 데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 수출이 늘고 경기가 살아나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그러한 논리로 달러화를 사들였고 그 결과 달러 인덱스는 치솟았던 것이다.
하반기 들어 트럼프의 세제 개편안이 구체화되면서 외환시장 투자자들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이 가져올 달러의 양을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기업이든 새로 들어오는 외국기업이든 미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달러가 함께 들어오게 된다. 달러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유동성 확대 기대는 달러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다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스타일까지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세제 개편안이 거부되면 금융시장에는 또 한 차례 회오리가 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올랐던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가치는 다시 초강세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세제 개편안이 앞으로 당분간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통과가능성이 압도적이다.
김대호 기자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