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롱패딩'이 유행이잖아요. 한정판에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입소문 나니 궁금해서 지하철 첫차를 타고 왔죠. 부모님이 자녀 대신 사러 온 경우도 많더라고요." 김모씨(23·남).
대한민국이 평창 롱패딩 열풍에 빠졌다. 인기의 비결은 바로 '가성비'다. 거위 솜털 80%, 깃털 20%를 사용해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데 가격은 14만9000원, 비슷한 제품의 절반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소재를 쓰면 최소 가격이 20만원을 넘고, 보통 40만원에 육박한다. 명품 브랜드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1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평창 스니커즈는 평창동계올림픽 기획 상품이라는 희소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평창 스니커즈 초기 준비 수량 5만 켤레가 완판됐다고 7일 밝혔다.
그동안 부진했던 백화점업계도 지난달 일제히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1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 4.6%, 6.4%씩 늘었다. '평창 롱패딩' 열풍을 일으킨 롯데백화점은 올 들어 가장 높은 월간 매출 신장률을 기록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가성비'의 비결은 유통 '마진'을 포기했기에 가능했다. 백화점엔 보통 제품 가격 결정권이 없다. 가격은 제조업체에서 원재료와 봉제가격을 더한 생산가에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을 포함해 산정한다. 백화점은 물건을 직접 사들이지 않고 매장을 빌려주고, 매출에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반면 '평창롱패딩'은 달랐다. 백화점이 제조업체 신성통상으로부터 3만장을 전량 사들여 가격을 정했다. 평창올림픽이란 국가적 행사를 기념하는 명분 때문에 백화점이 '손해는 안 보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췄다. 당초 책정한 판매가는 18만9000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인건비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롱패딩을 팔아서 남는 게 없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내년에도 가성비 좋은 기획 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서울 강남점에 니트 스페셜티 PB인 '일라일'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를 시작으로 패션·주얼리를 중심으로 PB를 공격적으로 론칭하고 있다. 올해는 웨딩주얼리 브랜드 '아디르', 란제리 브랜드 '언컷'도 선보였다. 특히 '델라라나'는 원사의 수입부터 제작, 디자인까지 백화점에서 직접 컨트롤하면서 가성비를 높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그 가격에 패딩을 내놓기는 어렵다. 유통 마진이 빠진 평창 롱패딩 가격을 업계 가격과 비교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열풍으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유통업계의 고민거리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