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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가상화폐 규제…증권사 ‘닭 쫒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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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가상화폐 규제…증권사 ‘닭 쫒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

이베스트투자·신한금융투자, 14·15일 투자설명회 등 세미나 취소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비트코인의 글로벌 정규시장 진입에 맞춰 이를 시장 선점의 기회로 활용하려던 국내 증권사의 사업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파생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은 탓이다. 금융당국의 초강수에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던 증권사들은 당국의 정책이 바뀌길 바라는 기약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 정규거래 시작, 국내는 강경입장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거래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정확히 말하면 비트코인에 관한한 파생상품 거래가 아예 원천봉쇄됐다.

특히 가상화폐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 글로벌 정규시장 거래가 확산되는 가운데 가상화폐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에 돌입하자 증권업계는 당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시스템을 준비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 “거래 시스템 개발을 모두 완료한 상태”이라며 “비트코인을 파생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리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용문제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릴지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모든 증권사에 전달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정부는 가상통화의 가치를 보장하지 않으며 가상통화를 금융업으로 포섭해서 금융회사와 같은 공신력을 보장해선 안 된다”고 비트코인에 대한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규제도 임박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가상화폐 투기과열과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행위 등에 대한 정부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 원장 역시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완전 봉쇄하면 핀테크 등 새로운 기술이 활성화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며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직접 가상화폐를 거래하거나 거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여파로 앞서 비트코인 거래를 준비했던 증권사들은 비트코인 관련 사업이 물거품이 됐다.

당초 이베스트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14일와 15일에 비트코인 선물투자 설명회 및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국의 이 같은 결정으로 비트코인 거래 관련 설명회는 모두 취소됐다.

이 증권사들 모두 취소 이유를 비트코인 파생거래가 원천봉쇄된 상황에서 투자설명회 자체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비트코인 거래가 불가하다는당국의 유권해석을 협회에서 통보받았다”며 “거래 불가능한 상품에 대한 설명회를 하는 게 의미가 없어 취소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당국의 유권해석이 내려져 증권사에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매매하는지 설명하는 세미나였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증권사 투자설명회 잇단 취소, 사각지대 놓인 투자자만 가슴앓이


증권사가 최근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계획할 정도로 비트코인 쪽에 눈독을 들인 까닭은 무엇보다 비트코인의 글로벌 시장 제도권 진입이 결정적이었다.

최근 비트코인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며 그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실제 비트코인 선물거래는 지난 11일부터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시작됐다. CBOE의 비트코인 선물은 1BTC를 1계약으로 하며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제미니(Gemini)를 통해 결제가격을 산출한다.

이를 기점으로 오는 18일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 CME는 5개 BTC를 1계약으로 하며, 4개 비트코인 거래소(GDAX, Kraken, ItBit, Bitstamp)의 가격을 사용해 결제가격을 산출할 예정이다.

파생상품 상장 및 거래에서 다소 뒤처지는 나스닥시장도 최근 2018년 2분기 중 비트코인 선물 출시를 발표했는데 50개 이상의 비트코인 거래소 가격을 이용해 결제가격을 산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비트코인 해외선물거래는 원천봉쇄됐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금융 투자상품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거래되더라도 국내에서 비트코인 파생상품은 아예 거래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상품들의 한국 거래는 불가능하다”며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 상품이 아니어서 파생상품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엇박자에 대해 증권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증권사는 겉으론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나 속으론 혼란을 더 부추길 것이라며 염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물거래가 현물거래에 대한 헤지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정보를 제공하면 투자자 안전을 더 보호할 수 있는데 정부가 애초에 금융상품이 아니라고 규정짓고 다 못하게 막아 결국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리서치 및 자산관리 서비스라는 보호막에서 제외돼 투자자들만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설 비트코인 거래소 쪽으로 후폭풍이 미칠 전망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당국의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가상화폐는 국내에서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와 관련 여타 규제 및 거래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