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은 박 행장을 다시 소환해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조사는 15시간여 만인 이날 자정께 마무리됐다. 박 행장은 앞서 지난 10월 13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대구은행의 수장 교체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행장은 이른바 '친박계' 금융 인사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친박 인사들이 줄이어 자진 사퇴했다. 앞서 대표적 친박계 인사인 정찬우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취임 10개월 만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임을 표명했고 한국금융연구원으로의 복귀도 금융노조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지난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 금융인 모임을 주도한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도 취임 1년 6개월 만인 지난 8월 스스로 물러났고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멤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지난달 2일 특혜채용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박 행장도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야 할 때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박 행장은 행장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5%)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속칭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사적 용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월 중 두 차례 박 행장을 소환해 비자금 사용처와 정·관계로 흘러갔을 가능성 등을 집중 조사한 바 있다. 박 행장은 "직원 경조사비 등 공적 용도로 썼다"며 자금 유용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 7월에는 직원 간 성추행 파문이 불거져 대국민 사과도 했다. 앞서 대구은행의 과장급 직원 3명과 책임자급인 부부장 1명은 회식자리 등에서 20대 계약직(파견직 등) 여직원을 대상으로 수차례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은 이에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직원들이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한 사건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으나 실제로 사건 경위나 향후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 행장은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연루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행장이 지난해 하반기 이병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에게 금감원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과정에서 대구은행 출신 직원이 합격할 수 있도록 청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대구 시민단체는 이 사실을 지적하며 박 행장의 인사권 행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은행 인사를 단행하려는 시도는 합리적 행정이 아니다"며 "부패 행위로 명예에 먹칠한 박 행장과 공범자들은 조용히 물러나 경찰 수사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대구은행은 총 17명의 임원 중 11명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박 행장이 임원인사를 경찰의 구속영장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강행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와 임원인사를 강행해도 대규모의 물갈이 인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