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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KT의 동계올림픽 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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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KT의 동계올림픽 훼방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KT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다. 이미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스폰서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순수하지 않아서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 기업이 나라 행사에 후원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을 알리는 계기로 반사이익을 보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나라 행사에 숟가락 하나 살짝 얹는 격인데, 그 이상의 의미도 없다. 하지만 KT는 좀 다르다. 시쳇말로 나라행사에 후원을 명분으로 단물만 쪽쪽 빨고 있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일반 기업도 이러지는 않는다. 하물며 공공재를 담보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이럴 수 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SK텔레콤의 관로 훼손 논란이 그것이다. 통신사업자는 응당 고객 서비스를 위해 통신케이블용 관로를 지하에 매설한다. 그 과정에서 관로 및 내관 사용에 대한 원칙이 종종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업자간 협의 하에 일을 원만하게 해결한다. 이를 문제화 시켜 누군가를 비난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KT는 달랐다. SK텔레콤의 관로 침범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막대한 영향과 지장을 초래, 국익까지 훼손했다는 식으로 경쟁사를 비방하기 시작했다. 만연 2위에게 하늘이 내린 기회처럼 활용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KT도 SK텔레콤 관로를 침범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코미디빅리그’인가? 갑자기 실소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이다 펀치'코너는 갑(甲)질과 역갑질에 대한 얘기를 희화화 해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상에서 종종 있는 갑질에 대한 반전 상황을 통쾌하게 풀어냈는데, KT의 처지가 딱 그러했다. SK텔레콤의 망 침범을 두고 동계올림픽 애국마케팅까지 했지만 보기 좋고 역갑질로 당한 꼴이다. 동계올림픽을 주최하는 입장에서 이런 볼썽사나운 일은 국익에 그 어떤 도움도 안 된다. 조직위는 이들 사업자들을 모아놓고 합의를 본다.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KT가 조직위의 합의 주선이 있던 바로 다음날 그 합의를 깨버린다. 몇몇 출입기자들을 데리고 평창에 가 브리핑하는 현장에서 SK텔레콤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국익 운운도 했다. SK텔레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반문하는 이유다. KT는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월척이라도 걸린 듯 기회를 잡은 조사(釣士)가 빠른 챔질로 연신 릴을 감았지만 결과는 아주 허탈한 형국이다. 대회에서 만연 2등만 하던 조사이니 그 실력도 딱히 남다를 이유가 없었던 거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물론 그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KT가 공식 후원사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더 놔두면 문제가 커질 것을 직감하고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50일 남았다. 스폰서를 자처한 KT가 동계 올림픽 개최에 훼방 좀 그만 놨으면 한다. 안 그래도 표가 안 팔려 울상이다. 안 좋은 분위기를 쇄신하지 못할망정 방해는 말아야 한다. 노조에게 뺨(?) 맞은 황창규 KT회장이 내부에서 힘을 못 쓴다고 밖에서까지 이럴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