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공연리뷰] 2017년 메타댄스프로젝트 두 번째 정기공연…자신감 표출의 물오른 안무감(感)

공유
6


[공연리뷰] 2017년 메타댄스프로젝트 두 번째 정기공연…자신감 표출의 물오른 안무감(感)

center
손주용 안무의 『살아있는 시간(Time Alive)』
메타댄스프로젝트(예술감독 최성옥 충남대 교수)의 금년 두 번째 정기공연이 최근 대전서구문화원 6층 아트홀에서 있었다. 낯익은 안무의 현재적 가치를 담보한 손주용의 『살아있는 시간(Time Alive)』, 정진아의 『완벽한 상태2(Perfect State2)』, 김선주의 『여우와 두루미II(Fox and CraneII)』, 곽영은의 『어느 재즈바(Which Jazz Bar)』로 짜여졌다.

장르별 특징을 살린 춤들은 구상에서 추상을 넘나들며 철학적 상층부에서 현실과 소통하고, 교훈적 담론의 브랜드 가치 창출, 인간 본능의 가장 원초적 공간까지 파고든다. 이른 기수부터 신예까지를 아우른 메타댄스프로젝트의 레퍼토리들은 한밭의 ‘표호’(表號) 기능과 유쾌한 상상 충전소를 연상시키는 대전・충남 지역 현대무용의 일취월장한 바른 진전을 보여주었다.

무거움을 덜어내는 희극성, 가벼움을 보완하는 진지함으로 춤에 대한 진정성과 현대무용의 특질을 보인 작품들은 지역 현대무용이 기존 현대무용의 자극제 역할과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관념의 세계, 사회적 행위, 자유분방한 춤 사유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주제 밀착에 대한 의지・감정・이성의 엄격한 내재율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묵시적 지침이었다.

center
손주용 안무의 『살아있는 시간(Time Alive)』

손주용 안무의 『살아있는 시간(Time Alive)』,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고 기계적으로 살아가거나 방향감을 상실한 남자, 나르시시즘에 빠진 남자 3명(유승호, 손주용, 김준혁)의 이야기이다. 현대인은 세 부류로 나뉜다. 타인의 영향을 받고 롤 모델로 삼으면서 살아가거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늘 삐딱하게 바라보거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생존을 위해 삶의 여유를 거세당한 현실화된 남자,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진 남자, 자신에 도취되어 다른 어떤 것도 바로 보지 못하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생사(生死)의 시간에 걸린다.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시간도 누구에겐 진정성과 존재감을 느끼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넋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색의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시간이 된다.

세 명의 남자들은 무의미하게 보이지만 유의미한, 살아가면서 필요한 감각과 현실을 살아내는 방식들을 움직임으로 표현해 낸다.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 사람도 자신은 가장 값지게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일 수 있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부러움 받는 사람도 실상은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무가는 ‘살아있는 시간’을 지향한다.

『살아있는 시간(Time Alive)』은 손주용 춤이 발아하여 미풍을 타고 피어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춤 창작의 기본을 습득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가는 도식을 보임으로써 즐기는 춤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시간을 지각하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예술로서의 춤을 수용하는 기본적인 자세이며 성장의 모습이다.

center
정진아의 『완벽한 상태2(Perfect State2)』

center
정진아의 『완벽한 상태2(Perfect State2)』

정진아 안무의 『완벽한 상태2(Perfect State2)』, 메타댄스프로젝트 무용수가 함께 출연한 다섯 번째 커뮤니티 댄스 작품이다. 이영수, 임다미, 이윤호, 김지은, 정진아가 출연한다. 직업, 세대가 다른 일반인 3명이 십 여회의 워크숍을 통해 무대에 선다. 완벽한 상태란 자유로움, 외로움이 담긴 방해 받지 않는 고독한 상태, 그 이야기가 춤에 담긴다.

‘완벽한 상태’는 절대 고독의 반어법이다. 도시를 헤매는 사람들의 낮과 밤, 햇살은 아름답지만 그 빛은 너무 뜨겁고, 곧 껍데기만 남기는 빛이다. 일상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인간은 껍데기로 남겨진 채 도시에 파묻힌다. 밤이 되면, 그들은 자유를 찾아 떠난다. 침묵만이 자신을 지켜주며 응답 없는 ‘완벽한 자유’인 고독은 언제나 반복되고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인터뷰한 내용이 라디오 방송처럼 흘러나온다. ‘언제 자유롭다고 느끼는지?’, 이윤호: 그냥 여유롭다고 느껴지면 자유로운 것 같아요. 퇴근하고. 집으로 향할 때, 주말에. 이영수: 자유롭다고 느낄 때는 내 마음이 온전히 내가 나를 제어하고, 통제했을 때 자유롭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김지은: 일이 없을 때. 아니면 일이 다 잘렸을 때. 그럼 너무 자유롭죠. 할 수 있는 거 다 할 수 있고, 춤 출 수 있고, 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훨씬, 훨씬 자유롭고 행복한 것 같아요. 임다미 :저는 낮에 혼자 있을 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낮이라는 시간이 짧아서 많이 아쉬 워요.

center
박명숙 객원안무, 최성옥 재안무의 「혼자눈뜨는아침(A Morning Wake Up Alone)」. 사진=옥상훈

center
박명숙 객원안무, 최성옥 재안무의 「혼자눈뜨는아침(A Morning Wake Up Alone)」. 사진=옥상훈

‘언제 외롭다고 느끼는지?’, 임다미: 밤에 혼자 있을 때. 그때가 제일 외로워요. 날 좀 우울하게 한다고 해야 되나. 김지은: 저는.. 갑자기 낮에. 갑자기 한순간에 확확 올 때가 있어요. 쉬다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때? 갑자기. 이영수: 살면서 외롭다고 느낄 때는 내 몸이 어.. 아플 때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윤호: 가끔씩 뭐 좋은 곳에 놀러간다던가, 맛있는 거 먹을 때, 아.. ‘누가 같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정진아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며 고독을 벗하며 극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대무용의 익숙한 포맷으로 주제 밀착을 위한 분주한 디테일을 반복한다. 사운드의 적절한 운용과 무대를 확장시킨 조명이 신비감을 조성하는 가운데 우주 속의 자신의 존재가 묻히는 것이 아니라, 성숙으로 가는 과정에 있음을 밝힌다. 누구라도 그러했듯 인간은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법이다.

center
김선주의 『여우와 두루미II(Fox and CraneII)』

center
김선주의 『여우와 두루미II(Fox and CraneII)』

김선주 안무의 『여우와 두루미II(Fox and CraneII)』, 전편과 달리 아이들의 놀이형식을 차용하여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큰 키의 김준혁, 작은 키의 고루피나 듀엣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이야기의 샘, 이솝우화는 전개 자체만으로 스키마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학습된 내용의 무용은 동유럽 코미디의 일부를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이 작품은 그림자놀이, 소꿉놀이, 힘겨루기, 가면놀이 등 다양한 아이들의 놀이들이 유쾌한 유희감을 조성하며 그 안에서 생기는 단순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연극배우 이상의 춤 연기력으로 표현한다. 다용도로 사용되는 식탁도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이다. 촌철살인의 춤 연기로 간결하게 극성을 도출시키면서 교훈적 주제에 안착하는 안무 기교는 세련되어 있다.

『여우와 두루미』(2016)는 상대방의 생김새를 고려하지 않는 모습에 초점을 둔 작품이었다. 후편은 가볍게 타악의 도움을 받으면서 현대무용과 협업을 이룬다. 불변의 진리인 ‘다름의 가치’ 인정과 배려의 중요성을 다룬 이솝우화, ‘어느 날, 여우와 두루미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먹기 편한 그릇으로 음식을 내어 놓는다. 결국 상대방이 만든 음식을 먹지 못한다.’

춤의 아울렛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부로 볼 수 있는 『여우와 두루미II』는 중국, 일본 등 해외 진출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이 작품 같은 춤 언어의 개척과 희극성 창조는 인접 장르와의 유사성 때문에 고려의 대상이 되지만 현대무용의 진지함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자주 선택된다. 주제, 구성, 기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런 장르의 지속적 발전을 추진해 볼만하다.

center
곽영은의 『어느 재즈바(Which Jazz Bar)』

center
곽영은의 『어느 재즈바(Which Jazz Bar)』

곽영은 안무의 『어느 재즈바(Which jazz bar)』는 양왕열(드럼), 황성범(키보드), 이기명(색소폰), 성철모(베이스)로 구성된 재즈 4인조의 라이브 음악과 춤은 콜라보를 이루며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를 보여준다. ‘고엽’, ‘대부’ 등 낯익은 올드 팝송으로 배경 음악을 깔면 재즈 바는 사연을 갖고 있는 원색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밤은 깊어간다.

어느 재즈 바, 본성에 근원을 둔 인간의 원초적 욕망들이 각자의 움직임으로 이야기된다. 관능적 움직임들은 영원할 것 같던 안전지대를 잠식해 들어가고, 위험의 신호탄이 쏘여진다.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안전 욕구가 솟구치고 정신적, 육체적 안전을 위해 몸부림친다. 여인과 취객으로 김선주, 정진아, 황지영, 홍정아, 이강석, 손주용이 출연한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욕망이 강렬하게 드러나고, 각자 감추어진 갖가지 욕망들이 감각적으로 표현된다. 즉흥적 몸짓과 즉흥연주가 작품 도입부분에 배치되어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공간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단(檀)위로 춤이 진행되면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지속적 전자음은 경쾌한 현대무용의 본류로 진입하게 만든다. 방독면을 쓴 빨 간 스커트의 여인이 등장한다. 바를 타고 내려오는 방독면, 재즈바, 오염된 공간, 정신이 오염된 인간들에 대한 경고이다.

곽영은은 몰염치의 사회적 행위를 다룬 작품에서부터 끈적대는 재즈 바의 관능과 음습에 이르기까지 춤 수사(修辭)의 정형을 보여준다. 창작의 동인(動因), 인자(因子). 정조(情調)는 지극히 신실하다. 성실성의 소산으로써 그녀의 작품은 최성옥 춤 방법론의 일면을 닮아있다. 그녀의 연행(演行)이 긴장감을 해소하고, 여유를 찾아가는 진전된 모습은 바람직하다.

금년 메타댄스프로젝트의 두 번 째 정기공연에서 보여준 곽영은, 김선주, 정진아, 손주용의 작품은 안무가의 개성과 이 단체의 ‘춤의 향방’을 보여주는 소중한 작품이었다. 그들의 작품들이 앞으로도 다양하게 발화(發花)하여 오랫동안 기억되는 작품이 되며, 그들로부터 안정과 변화를 모색하는 기세등등한 계기(繼起)의 리듬이 지속적으로 들려오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